때때로 내가 얼마나 속 좁은 사람인가를 확인할 때가 있다. 시야를 넓혀서 지금 내가 끙끙 앓고 있는 문제가 정말 내 생존과 안위에 큰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문제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내 좁은 시야로 나는 스스로의 감옥에서 온갖 번뇌를 경험하고 있는가 하고 깨닫게 된다.
토요일 아침, 우리 동네 암벽 위에 지워진 절에 다녀왔다. 고바위를 오르면서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부디 내가 가진 번뇌가 사라지기를 수십 번 마음속으로 빌어봤다. 절에 도착해서 저 멀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휴우 집들이 너무 작게 보였고, 또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그리고 이 멋진 풍광을 즐기고 있는 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던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에휴 이맘하길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번뇌가 100%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번뇌 속에는 시어머니께서 계신다. 사실 몇 주 전 어머니께서 내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한 일에 대해 남편에게 볼멘소리를 한적 있다. 그리곤 속으로 '어머니께서는 왜 자꾸 남의 집에 오셔가지고 자기 집처럼 마음대로 하실까? 이 집에 내가 살고 있는 걸 알고 계실까? 등등 한달에 한번 가볼까하는 내 친정에 비하면 우리 집에 너무 자주오시는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스멀 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어제 저녁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래도 마음을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를 하면서 어머니께서는 연신 자기는 내 텃밭에 뭘 안 심었다고 그리고 그거 다른 데로 옮기걸라고 말씀하시는데, 너무 구구절절 말씀하시기에, 나에게 미안하셔서 그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오히려 듣는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죄송했다. 그놈의 꽃이 뭐고, 텃밭이 뭐라고 내가 그걸 며칠 동안 끙끙 앓았던가.. 내 어리석음과 속좁음을 탓하게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결혼 초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작은 형님께서 몇 년 전부터 형편이 많이 좋아지셔서 평수를 넓혀 이사를 가신단다. 결혼 초에는 작은 형님네에 뭘 자꾸 갖다 주는 남편이 좀 싫었다. 왜냐하면 나는 끔찍이 손해 보기 싫어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년간 작은 형님네 일을 봐주던 남편이 좀 못마땅했는데, 남편이 저렇게 된 후 우리는 외려 작은 형님네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동안 내가 정말 못났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그때 왜 그리 너그럽지 못했나? 좀 더 관대하지 못했나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인연 맺은 그 모든 분들에게 조금은 친절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손해 안 보려고 아등바등 안 해도 되는 데 말이다. 그래서 시야를 넓혀야겠다. 오늘 당장 죽을 거 같고, 억울해 미칠 것 같더라도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게 꼭 그런 게 아닐 수도 있고 지금의 손해가 반드시 꼭 손해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아야만 내 인생의 발전이 있는 거라 그렇게 생각된다.
내 속좁음이 오늘은 너무 부끄럽지만, 내일은 조금 더 관대하고 여유로웠던 나에게 칭찬할 수 있기를. 단순히 자격증 따는 것이나,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서만 성장과 발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하고 포용력이 늘어나는 것 역시 성장이요, 발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길 또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