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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불꽃 소예
Jul 20. 2023
올해 들어 요가를 시작했다. 나의 고질병인 허리치료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요가 가는 것을 남편이 조금 부담스러워했다. 내가 요가 간 사이 동안 자신이 아이를 봐야 하는데, 자기는 그럴 수 없고 아이는 그 시간에 TV를 봐야 하는데 또 그것은 자기가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뭐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를 비난할 순 없다. 남편에게도 우리 아이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존재이다. 아이의 엄청난 에너지와 강한 기질을 환자인 남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남편이 좀 더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나도 체력적으로 힘드니 말이다. 뭐 결론은 아이 옆에 내가 있어야 한다.
이번주에는 단 한 번도 요가를 가지 못했고, 온전히 아이의 그림일기를 위해 내 모든 여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다 속상한 마음이 올라왔다. 나는 내 시간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엄마가 되어야 하나? 참 힘든 상황이다. 운동조차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일주일에 세 번 요가 가는 것도 이기적인 것인가? 한편으로는 내가 운동 간 사이 TV볼 아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래 아이에게 채워줘야 할 것은 많은데 내 체력도 내 정신력도 내 경제력, 시간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써먹을 카드가 없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혜의 여신이여 나에게 와주소서~
생각을 차분히 해서 다시 생각하기로 하자.
일단 나는 헌신적이고 전통적인 엄마가 아니다. 이렇게 인정하고 시작하자. 사회의 기대에 대해서도 네 맞습니다. 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다. 물론 내가 직장을 나가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요가를 단순히 취미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생각해 보면 내가 그다지 헌신적이고 전통적인 엄마도 아니며 그런 능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육아를 시작하는 편이 나을 거 같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나만 이렇게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하나? 그래서 아이에게 괜히 짜증을 내기도 했다. '넌 일기도 혼자 못쓰니?'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사과를 하고 아이를 토닥거려 준다. 나의 이런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아이도 혼란스러워하는 거 같아 미안하다.
두 번째 그럼에도 나는 이 쪼무래기와 하는 시간을 더욱 집중적이고 더 많이 보낼 계획이다. 이 쪼무래기와 함께할 시간, 즉 나를 필요로 할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조무래기 손을 잡고 숙제를 봐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놀이터에 가 줄 시간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욕망과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 이 아이에게 내어주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기꺼이 말이다. 나는 모성애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성애가 신화라는 그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때때로 나는 아이보다 내가 우선인 이기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이건 이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토록 이기적인 내가 지나간 그 시절을 더 후회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렇게 포기했던 나의 욕망과 시간들을 너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말하진 않겠다. 내가 좋아서 내린 선택한 것이니 말이다. 이 시간 역시 내 인생의 부분이고, 내게 주어진 이 육아라는 경험을 만끽하리라. 이런 결심을 하기 전까지 나는 너무 억울했고 화가 났다. 그리고 너무 실수가 많은 내 육아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런 부족한 내가 또 미워지는 무한 부정루프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하루하루 조금씩 고쳐나가며 나 밖에 모르는 나가 그래도 '조무래기'하나쯤은 품을 수 있는 어미가 되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이렇게 나를 매일매일 다스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육아가 한결 수월해지는, 뿌듯해지는 그런 날도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