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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불꽃 소예
Aug 10. 2023
태풍이 지나가고 있다.
장대 같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지금 내 인생도 이와 같이 않을까? 남편은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회사 생활을 무사히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수많은 불확실성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들 그러하지 않겠나? 우리 각자가 넘쳐나는 불확실성과 불행과 아픔을 견디며 이겨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리 억울할 것도 침울할 것도 없다. 태풍이 그러하듯 이 시기 역시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어느 유명 연예인의 투명소식들을 종종 들을 때마다 아~그들에게도 그런 고통의 시기들이 찾아오는구나라는 위안의 감정을 느낀다. 내가 죄가 많아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나쁜 소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고, 이런 게 사람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죄송하게도 말이다. 어쩌면 슬픔과 고통은 살아가면서 빨리 겪느냐 아니면 나중에 겪느냐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기에 더 대범하게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소설에서 '세상은 모든 사람을 깨부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부서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깨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죽고 만다.'라고 말했다. (에고라는 적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유명한 구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몰랐겠지만,)
무튼, 고통은 피해선 안된다. 이 고통, 힘듦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딛고 일어서고자 한다면 분명히 태풍이 지나가는 것처럼 그런 시절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엔 더 강해진, 성숙해진 나를 만나리라 생각한다.
힘들었던 파콰드와의 미팅과 그의 수많은 공작들도 사실은 내가 모두 감당할 수 있었고, 오히려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습을 하다 보니, 그의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내게 감행했던 공격적인 언사와 내 등뒤에서 내뱉었던 그 많은 불만과 험담은 모두 그의 불안과 옹졸함만을 들어냈기에, 한층 작아진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분노와 공포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생겼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아이 같은 연약함과 불안, 극복되지 않은 콤플렉스가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아무리 직위와, 나이로 그 연약함을 감추려 해도 말이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더 이상 그가 두렵지 않았다.
공포와 두려움은 실상 마주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또 다른 나의 불안함..
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된다고 해도 이제는 그 모든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마크툽,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 어떤 미래가 펼쳐진다고 해도 나는 아이를 돌보고, 일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 그리고 그 어떤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영광이 주어진다고 해도 결코 그 모든 것들이 내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너무 좌절하지도 또는 너무 우쭐하지도 않고 그냥 오늘을 살아가리라 다짐해 봤다.
놀랍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 태풍은 지나갔고, 한줄기 햇살이 비추고 있다.
그래서 존버인 거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