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가 되는 그 순간 - 티핑포인트
남편의 치병과정을 보고 있자면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남편 역시 나는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이런 자책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냥 가는 거야. 남편이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할 때나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를 보고 있자면 덩달아 같이 우울하고 잠을 설쳤었다. 그러다 요즘에는 내 마음을 놓았다. 내가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남편이 말하는 거처럼 너무 익숙해져서 포기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남편의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순간까지 와버렸다.
남편에게 말했다. '너 기세라는 말이 무엇인지 아니?'
기세(氣勢)란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라고 국어사전에 나온다. 내가 이해한 기세는 어떠한 형세, 기운을 의미한다.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 없지만 마치 무엇인가 될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요즘 그런 기세를 느낀다. 작년과 올해,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모든 난제들은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조금씩 무엇인가 바뀔까 것만 같은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괜찮아질 거야. 남편에게도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가능성이 50%에서 51%로 딱 넘어서는 순간 게임오버다. 축구나 야구경기를 보고 있을 때 후반전에서 모두 포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골을 한번 넣고, 기세가 바로 51%로 전환되는 순간 가끔은 기적의 승리를 맛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러 남편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51%로 넘어온 거 같아, 남편은 맨 처음에는 내 말을 부정하다가 지금은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듯했다. 물론 우리 눈앞에 어떠한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1%라는 희망뇌로를 돌리고 있다. 희망은 좋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때론 그런 희망 때문에 죽으려고 하다가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다른 4기 환자들의 완치성공기를 읽어보니, 그는 건강이 좋아지는 행위를 하나씩 하면서 이 음식이, 이 행동이 내 면역세포를 강화시켜 줄 거야, 나는 건강해지고 있어라고 되뇌었다고 한다. 무작정 누워서 건강해진다라고 희망뇌로를 돌린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나하나 더해가면서 자기 믿음을 강화시켜 왔다고 하는데, 굉장히 인상깊게 느껴졌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적을 얕보지 말라고! 기적은 포기하지 않는 녀석의 머리 위에만 내려오는 법이야."
우린 기세가 51%로 돌아섰다고 믿으며 하루 하루를 그 믿음을 강화시켜 줄 행동들을 하나씩 추가시켜 가며 살다 보면, 어느샌가 기적이 또 우리 앞에 서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기세가 중요하다. 기세는 벌써 51%로 돌아섰다.
설사 어떠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흔들릴 지언정, 결코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분명히 나는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느끼는 기세이다, 51%!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