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제는 알게 되었다.
아이가 이제 아빠가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상할 일도 없다. 남편은 항상 피곤하고 체력적 한계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우린 따로 생활을 해오다 보니, 그런 차이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등굣길에 아이는 대뜸 '엄마, 아빠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다른 아빠들처럼 말이야. 우리 아빠 장애인인야?'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마음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 번은 겪고 가야 할 관문이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음..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진 않지만 다들 그런 아픔을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고, 그리고 네가 나중에 아빠처럼 아프지 않으려면 밥 잘 먹고 운동도 많이 해라고 말했다. 사실 무슨 답변을 해줘야 할지 나도 몰랐다. 워낙 급작스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 남편이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포커 패는 이거다. 그래서 이걸 내가 바꿀 수가 없다. 단지 지금 이 패를 가지고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집중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애초에 어떠했다면 하고 고민해 봐야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뿐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좀 더 근사하고 괜찮은 말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은데...
아님 이렇게 말해야겠다.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는 맛없는 사탕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할 정도의 가난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매일 싸우는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한 몸일 수도 있고 말이야. 근데 우린 또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탕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해, 그래서 나에게 맛없는 사탕이 없다고 우울해하고 슬퍼해선 안돼. 우리에겐 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아주 소중한 사탕이 있으니깐 말이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사탕을 그게 맛이 있든 없든 간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그걸 맛있게 먹으며 즐기며 살아야 해~
8살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할까? 어떤 말을 해줘야 상처를 덜 받으며 꿋꿋이 잘 지낼 수 있을까?
남자아이에게 아빠란 태산 같은 존재이고 방패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편에게 은근슬쩍 당신이 아프더라도 좀 더 아이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는 그 아이 마음도 나는 이해한다.
우리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까? 항상. 새벽 3시만 되면 잠이 깨고, 잠이 다시 오지 않는다. 흠, 걱정이 많아서 그런가? 좀 더 근사한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면 좋겠다. 이 정도는 별 거 아닌 그런 멘탈의 초인이 되리라..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 안의 초인이 나타나서 결국엔 모든 것을 극복하는 내가 되길.. 그리고 우리 아이의 여린 마음을 따스하게 그리고 포근하게 보담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SMILE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