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판단 기준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는 듯하다. 얼마 전 50에 읽는 주역이라는 책에서 너무 감동적인 문장을 발견했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머리가 띵한 문장을 만난다. 사실 이 문장은 허준이 교수께서 서울대 축사에서 말씀하신 내용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사실조차 몰랐기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점이 참 감사하다.
무튼 내가 꽂힌 문장은 아래와 같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질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by 허준이 교수님
어쩜 이렇게 멋들어지게 표현하셨을까? 참 깊이가 다른 학자시다는 생각이 든다. 나로 돌아와서 삶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된다. 내 하루는 평범한 워킹맘의 하루이고 때론 엄청 지치고, 슬프고 나만 이렇게 힘든 거 같다는 자괴감도 든다. 그리고 무례와 혐오의 직업전선에서 맹렬히 싸웠고 또 내 일에 있어서는 때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나태하고 허무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것으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온전한 하루를 경험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감히 가슴 설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보자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봤다. 오늘 아침 저 멀리 해가 떠올라 우리 동네 산이 붉게 물들었을 때 경이로움과 설렘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집 뒷산의 신선한 공기가 참으로 설레였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나는 오늘 설레이는 장소에 잠시 나왔다. 설레는 햇빛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좀 더 나아가 나를 설레이는 장소로 보내줄 새 운동화도 심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설레고 신나는 장소에 어울릴만한 옷도 살 생각이다~^^. 주말에는 아들과 또 설레는 미술관에 한번 가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경외하며, 자꾸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로 내 일상, 하루를 채워나가다 보면 나도 그 교수님이 말씀하신 온전함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꼭 그렇게 온전함을 경험하며 살아야겠다!.
언제 올지 모르는 내 삶의 끝에 마주할 내 영혼에게 자신 있게 '응 나 신나고 즐겁게 놀았어, 때론 당당하고 용감했고 그리고 이전 생보다는 조금 더 너그러웠고 착해진거 같아. 그리고 온전한 인생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꿈에 '도깨비님 공유'와 손잡고 레드카페를 걸었는데, 그런 멋진 일들도 경험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하리라.
그러니 오늘 하루도 설레는 일들로 내 영혼을 기쁘게 해 보자. 그리고 곧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