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우울을 통과하며
주말 내내 날씨가 흐렸다.
비가 내렸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내 몸의 바이오 리듬도 엉켜버린다.
즐겨 하던 산책도 못 하고,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은 지친다. 그리고 주말엔 또 다른 노동이 시작된다.
밀린 청소, 냉장고 정리, 그리고 아이 활동을 위한 라이딩.
아이를 요리 수업에 데려다주고 근처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런데 문득, "아휴,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나온 모든 세월이 우울하게만 느껴졌고, 앞으로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은
묵직하고 다크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옆자리의 어떤 아저씨가 어린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왜 그리도 부럽게 보였는지. 나는 왜 늘 이런 생각에 빠질까.
그때 문득, 떠올랐다.
"내 생각이 내가 아니다."
지금 떠오르는 이 우울한 생각들, 그 자체가 '나'는 아니다.
그저 내 안에서 흘러가는 하나의 흐름일 뿐. "아, 또 이런 사이클이 찾아왔구나."
'또 이 생각의 파도에 휘말릴 뻔했구나." 하고 알아채기만 해도 조금은 괜찮아졌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 나에겐 아픈 남편과 어린아이가 있다. 그게 내 삶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곧 '불행한 나'라는 정체성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창밖을 바라보다 지나가는 까치를 본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순간에 충실한 나, 그게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떠올랐다. 내일 아침, 태양이 뜬다. 급히 반가웠다.
매일 아침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 오늘까지는 엉망일지라도 내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우울한 생각에 휘둘릴 때마다,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선물이 있음을 기억하자.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이며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면
조건 없이 "예'라고 말할 수 있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불행을 창조하는 일도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내면에 존재하는 저항이 사라지면
삶 그 자체가 당신에게 힘을 가져다준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by 에그하르트 톨레
오늘, 흐린 날의 카페 한켠에서 나는 조용히 '살아 있는 나'를 다시 만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