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파업이 한창인 요즘 남편의 정기검진 시즌이 돌아왔다. 남편은 돌연 검진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항암을 하자고 했던 지난번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자기는 항암을 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은 지금 항암의 목적은 생명연장의 개념이지 완치를 위한 치료가 아님을 밝혔다. 남편은 그 당시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또다시 그런 충격을 받고 싶지 않다며 어차피 검진을 받나 안 받나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자기는 검진을 보지 않겠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밤의 꿈이 약간은 스산했던 거 같다. 나는 꿈자리가 사나울 때마다 무서운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겐 평화, 사랑, 기쁨의 감정이 전혀 들지 않는다. 불안과 슬픔 힘듦이 좀 더 우세인 상황인 거 같다. 이런 감정으로 가지고는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든데, 남편의 검진 거부가 나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어제는 재래시장에 가 잉어를 사서 방생을 해주고 왔다. 같이 따라간 우리 아이는 당연히 방생이 먼지도 모르지만 그냥 물고기가 너무 신기하여 나에게 자꾸만 무엇인가 말을 하고, 또 무엇인가를 물었지만, 나는 온통 정신이 방생 물고기와 기도문에 빠져있어 아이 보고 제발 입 좀 다물라고 혼을 냈다. 휴우 난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나는 그냥 그 어떤 상황이 되었건, 그걸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나에게 다짐한다. 나는 강해져야 하는데, 남편의 모습을 보면 자꾸만 약해진다. 얼마큼 되뇌어야 강해질 수 있을까?
많은 암환자들에게 정기검진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특히나, 남편의 경우처럼 치료법이 없고 생명연장을 위한 항암치료 옵션만 남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그에게 당장 항암주사를 맞으라고 닦달할 용기도 나에겐 없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지금의 순간을 이겨내야 할까?
인생의 고비고비를 잘 이겨낸 사람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들의 멘탈이 고난으로 강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굴곡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고난을 겪고 나면 강해진다는 말을 지어낸 것일까?
톨스토이가 그랬다고 한다. 가장 강한 존재는 영혼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강한 내 영혼을 믿고, 이 우주가 분명 내 영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그 생각만 하고 모든 잡념과 생각들을 비워내겠다. 자꾸 그런 부정적 생각들을 비워내다 보면 내 마음에 평화, 기쁨, 사랑의 감정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그러면 기적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무튼, 어쨌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어쩌면 내가 가장 힘들다고 여기는 지금 이 순간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존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