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불꽃 소예 Apr 16. 2024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계절

풍족함과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것

나는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술에 대한 조예로부터 시작되었다기보다, 범상한 현실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찰나의 그 순간을 발견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예술가를 통해, 그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는 그 시각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일에 아들과 미술관에 갔다. 물론 아들은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기에 다른 프로그램에 집어넣고 나는 오랜만에 자유부인이 되어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들을 바라보면서 내 시야가 넓어졌다거나 확 들어오는 아이디어들은 없었지만, 그냥 그 여유가 좋았다.


여유 (餘裕)


삶에서 여유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가 있어야, 삶의 난제에 매몰되지 않게 된다. 불교에서는 정견(正見) - 현상을 바르게 보라고 조언한다.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문제에 매몰되어선 안된다. 오히려,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상황 파악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 여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최근 읽게 된 많은 영적인 책에서는 '풍족함과 아름다움은 이미 내 안에 있다'라고 가르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우리 집 화단의 흐드러지게 핀 그 아이들을 보면서, 꺾인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이 우주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자연과 그리고 내가 일상에서 누리는 이런 문화체험을 통해 그 영적인 책에서 말한 풍족함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살짝 이해할 것만 같다.


그건 발견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감사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널려 있다. 우린 단지 그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해 '감동하고 감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요즘과 같은 봄날 이 경이로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면, 내겐 이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채워진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신에게 제발 좀 더 가지게 해달라고 칭얼거리고 보챌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내 삶에 대해 감사하고, 내 주위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에 감탄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자주 느낀다면, 나는 이대로 충분한 삶을, 신이 축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부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충분히 자고, 깨끗한 양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질투심을 갖지 않고 왕성한 식욕, 강인한 근육, 신체적 에너지를 갖고, 수시로 웃고, 혼자 식사하지 않고, 헬스 센터에는 가지 말고, 육체노동은 적당히 하고, 장 운동이 제대로 되고, 회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주기적으로 경이로움을 느끼는 데 있다. - 나심탈레브 안티프래질-



나는 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지금 이 계절에 참으로 감사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 이런 멋진 작품을 감상하며, 감탄하고 감동할 수 있게 한 미술관에도 감사한다. 내 현실이 때론 녹녹지 않지만, 마음이 찢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나는 연습하고 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무조건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순간은 아마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그 어떤 순간에도 행복할 자격이 있으며 삶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가처럼, 나도 내 삶에서 그런 보석들을 발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 다정해 지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