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
오십에 읽는 [주역]에서 사람을 가려 만나야 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법정스님도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가장 큰 진실 중에 하나는,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커리어뿐 아니라, 한 인간의 정서와 정신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논어 위령공 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더불어 말을 나눌 만한 사람인데 더불어 말을 나누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더불어 말을 나눌 만하지 않은 사람인데 더불어 말을 섞으면 말을 잃게 된다." 논어-위령공 7장 1절
이 말이 내게 다가온 건, 경계 없이 인연을 맺었다가 깊은 상처를 받은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 글에서, 비인(非人), 즉 타인을 소모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들은 종종 처음엔 친절하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아주 미세한 균열, 세한(細寒) 같은 기분이 자주 생긴다.
비인의 징후들
- 타인의 불행(이혼, 질병, 자녀 문제 등)에 대해 가십처럼 전달한다.
- 지나고 보면 '기분 나쁜 말'을 은근히 많이 한다.
- '남들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며 가스라이팅적, 죄책감, 미안함, 열등감 유발한다. [경계 ★★★★★]
- 은근한 소외감을 준다.
- 항상 부탁은 하지만, 돌아오는 것이 없다.
이들은 '살기'를 풍기며 타인의 자존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 당신을 초대하지 않거나 은근히 배제하려 든다. 그때는 논쟁하지 말고, 우아하게 빠져나올 것. 비인은 논쟁과 통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상대의 반응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도 '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나에게 다짐한다.
1. 타인의 불행에 대해 결코 가볍게 말하지 않겠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것은 '재미'의 재료가 아니다.
2. 진심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사람이 되겠다.
3.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겠다.
내 말에 '살기'가 서려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고 돌아보겠다.
4. 내게 호의를 베푼 사람을 기억하고, 나 역시 그 따뜻함을 돌려주려 애쓰겠다.
5. 두려워하지 않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때론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유 없이 미움을 받을 때, 모욕을 당할 때도 Let it pass, 저항하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여 지금, 비인으로 인해 마음이 다친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인생은 분명 괜찮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인의 세계를 지나,
신뢰와 존중, 명랑함이 채워진 하경(霞景, 안개 낀 고요한 아름다움의 풍경)의 세계로 갈 것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