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오월의 여행에서 내가 배운 것
어떤 여행은 풍경보다 품에서 잠든 아이의 온기가 더 오래 기억된다.
사랑은 그렇게 조용하고 깊게, 우리를 회복시킨다.
아이와 함께 주말에 청와대에 갔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여러 번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지만, 다행히 관광프로그램이 있어 쉽게 결심할 수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더니, 그 안엔 대부분 어르신들뿐이었다. 우리 아이와 나는 가장 어린 탑승객이 되었고, 덕분에 따뜻한 배려와 미소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청와대를 함께 돌아보며 아이와 실랑이도 했고, 기념품 가게에 왜 안 가냐며 투덜대는 아이를 달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 지친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아이의 땀내 나는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평안을 느꼈다.
'이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나는 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삶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매일을 애쓴다. 때로는 지쳐 화를 내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를 안고 있는 순간만큼은 마음속에 단 하나의 소망이 생긴다.
이 아이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안전기지'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
부모는 아이의 세계라고 한다. 나는 본의 아니게 조금 거친 세계를 살았고, 그 결핍은 절망이 아니라 열망이 되었다.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에게만큼은 편안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몇 주 전, 시어머니와 통화하며 말했다.
"어머니, 아비랑 통화하실 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주세요."
말없이 아픔을 견뎌온 남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어쩌면 지금, 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 남편이 말했다.
"우리 엄마가 처음으로 나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했어. 내 평생 그런 말 처음 들어봐..."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래, 사랑이다.
그 중요한 일을 나는 하고 있는 거다.
언젠가 이 아이가 "누구세요?"라고 말하며 나에게 서운함을 주는 날도 오겠지만, 나는 바란다. 이 아이가 긴 인생을 살아갈 때, 한없이 사랑받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품을 수 있길.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
#회복의기록, #주말일상, #사랑은기억이다, #안전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