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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현실이 된 후, 우리가 깨달은 것

우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남편의 바쁜 시즌이 지났다. 그는 몸이 아픈 상황이었지만, 가족의 생계를 결코 뒷전으로 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내가 수차례 "돈보다 당신 몸부터 챙겨"라고 말했지만, 그는 돈을 버는 행위를 통해 이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거 같다.


남편은 어느 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자신은 불안이 많았다고. 사업을 시작하며 하나씩 거래처를 모으고, 자금이 조금씩 쌓여가면서도 늘 불안했다고. 혹여 거래처 하나라도 끊기며 며칠씩 마음이 무너지고, 직원이 나갈까 항상 마음 졸였다고 말이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남편은 '결핍'의 기억이 만든 불안 속에서 살고 있었다. 돈이 주는 풍요를 누리기보다, 돈을 모으는 일 자체에 집착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 불안이 현실이 되었다.

몇 해 전, 남편이 암 진단을 받고 사업장을 정리하게 되었고, 우리의 삶은 제로 베이스에 도달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가?

괜찮다.

물론, 남편이 아팠고, 우리 모두 힘들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죽을 만큼 무너지지 않았다. 내가 직장을 다니며 수입을 유지했고, 이것저것 정리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쪼들릴 때도 있었지만, 생존 불가능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때 남편은 알게 되었다. "망해도 괜찮구나. 살아갈 수 있구나."

우리 부부는 그제야 진짜로 깨달았다.

잃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우리는 모두 변화의 법칙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붙잡고,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확실성은 더 요리 저리 빠져나가며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불안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것도 결국 별거 아니었구나."

작가 소노 아야코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거기서 자신을 살려낼 수밖에 없고,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 마음을 다 쓸 수밖에 없기에 결국은 살아진다."

결국, 인생은 안정보다 변화가 기본값이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변해가자.

우리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고, 그 덕분에 진짜 삶을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건, 잃지 않기 위해 움켜지는 것이 아니라, 잃었을 때 다시 일어낼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변화할 수 있는 나'에게서 온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불확실성 앞에서도 두렵지 않다.

앞으로 어떤 파도가 와도, 나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부서지더라도 다시 살아날 것이며, 다시 길을 찾고, 또다시 나아갈 것이다.

그 믿음 하나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가족의자립, #회복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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