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닌 계절이 지나간다.

나는 그저 모를 뿐이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남쪽 나라 강이 얼 만큼, 한겨울이 깊어졌다. 공기는 매섭도록 차가워졌다.


점심시간의 짧은 틈을 내어 강가를 걸었다.

맑고 투명한 햇빛이 강 수면에 비쳐 반짝이고, 그 위로 오리인지 기러기인지 모를 새들이 떼를 지어 수면 위로 고요히 날아간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하얀 왜가리 한 마리가 강가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 모든 장면이 묘하게 조화로웠다.


인간 세계와 달리, 자연은 저마다의 고유한 리듬으로 아무 계획도 없는 듯 왔다가 간다.


사람의 삶은 왜 이토록 복잡한 걸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 내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갖가지 상념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런데 무심히 흐르는 강과 그 위의 생명들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볼 수는 없을까.


내 의지대로, 내 계획대로 흘러갈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욕망하는 것과 바라지 않는 것 사이가 영영 멀어지길 바랐지만,

그 바람이 배신당한 적이 한두 번이었을까.

다른 사람의 삶은 저 강 위를 나는 새들처럼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 삶이 유난히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나는 그저 모를 뿐이다.

요즘 그 말을 자꾸 되뇐다.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나는 모른다. 모를 뿐이다." 그 문장만 가만히 읊조리며 산책을 한다.

이상하게도 상현달을 닮은 묘한 안정감이 조금씩 차오른다.


모른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받아들였다면, 내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며 미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삶이 결코 선형적이지 않다는 걸 일찍 깨달았더라면, 내가 겪은 불행과 실패 앞에서 그토록 깊이 무너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일들이, 살다 보면 간혹 일어난다.


그러니 그것이 꼭 내 탓만은 아니다.


오늘 보았던 오리들처럼 동무들과 떼 지어 물 위를 무심히 가로지르고, 하얀 왜가리처럼 조용히 물가로 돌아오듯, 나도 삶에 힘을 빼고 무심히 살아볼까.


남편은 어떻게 될까

그 두려움에서, 아주 조금씩이지만, 벗어나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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