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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Aug 22. 2018

디자인을 취미로 할 수 있을까?

디자인 공부하기

꽤 오래전에 블로그에 질문글이 하나 남겨져 있었다.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미술 쪽에 관심이 원래 많았었기 때문에 이 쪽 일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나의 블로그를 방문하면서 디자인 공부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이랬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취미로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SNS에 작품을 하나씩 올리게 되면서 실력이 쌓이면 프리랜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무엇부터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 내용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질문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다. 바쁜 일들이 있어서 꽤 시간이 지났지만, 

취미 디자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고, 이제야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뭐?"라면서 깜짝 놀라겠지만, 

사실 내게 이런 비슷한 질문들이 작년부터 조금씩 있기 시작했고 이런 질문들을 여러 번 받게 되니,

취미와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질문을 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답을 하려다가,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옮기게 되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 디자인을 취미로 즐겁게 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취미와 디자인, 그리고 프리랜서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얽혀 있다 보니, 

부정적인 내용으로 글이 마무리될 것 같다. 


그러나 개인이 취미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소소한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갖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취미로 창작물을 만들고 그것을 주변인들과 나누는 것은 좋은 취미활동이 될 수 있다. 


상업적인 목적이 없이, 말 그대로 취미라면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누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최근 비주얼 중심의 SNS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창작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취미미술은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인가를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생활의 활력도 되고 어린 시절 이루지 못했던 미술에 대한 꿈도 이룰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취미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면서 내게도 가끔 그냥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예쁘게 만들어진 카페 로고 디자인이나 혹은 디저트 패키지 디자인을 보고는 나도 이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수업 안내에도 공지를 해두었듯이, 난 취미로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취미 수업을 진행하기에 난 그렇게 부드럽게 수업을 진행하지도 않고 수업 전에 준비할 과제도 많기 때문에 단순히 취미로 수업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취미와 직업은 본질부터가 다른다. 취미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못해도 괜찮다. 그냥 즐거우면 되고, 내가 만족할 수 있으면 괜찮다. 객관적인 잣대고 필요 없고 소소한 나만의 만족만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직업으로 디자인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기에 적당히 즐길 만큼만 작업을 해온다면 수업 진행자체가 쉽지 않다. 디자인이 과연 취미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에 그 적당함과 타협이 어려운 나는 취미로 디자인을 가르치지 않는다.




과연 디자인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가벼운 취미활동에 초를 칠 생각은 없지만, 디자인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왜 디자인이 취미가 될 수 없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은  make money를 위해 만들어진 분야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공예와 미술만이 존재를 했었다. 가끔 디자인 역사를 다룬 책에 디자인의 시초라고 해서 옛날 옛적 그릇이나 그림 등이 보이는데, 이것을 디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예나 미술의 부분 정도로 분류하는 것이 적당하다.  디자인은 20세기 대량생산시스템과 함께 등장한 산유물과 같은 것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장에서 물건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가내수공업으로 집집마다 특징이 있었던 제품들이 모두 균일한 품질로 그리고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A사와 B사의 제품은 모두 동일하다. 그럼 사람들은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고, 판매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광고도 해보며 다양한 이미지로 그림도 그려 넣을 것이고, 포장도 특징을 살려서 할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이라는 것이 탄생했고, 광고가 시작되고, 마케팅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것이다. 디자인, 마케팅, 광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진 분야이다. 이 세 가지 분야의 목적은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다. 말 그래도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취미는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서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취미로 한다는 것은 뭔지 모르게 언발란스한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져서 불편하다.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이 열심히 해도 프로축구선수가 될 수는 없다.


질문한 사람은 취미로 디자인을 조금씩 하다가 이후에 실력이 늘면 프리랜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소망을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디자인을 혼자 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좋고, 나쁨에 대한 객관적인 미학적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취미로 하는 디자인으로 돈을 벌려면 그 객관화된 미학적 기준에 부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혼자 깨닫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혼자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해서 완성이 될 수 있는 분야라면 굳이 중고등학교 미술교육부터 대학 4학년까지 공부를 하는 과정이 왜 존재를 할까? 디자인도 다른 전공처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 분야이다. 그리고 객관적 지표라는 것이 존재하는 분야이기에 아무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 혼자서 작품을 만들어도 주목을 받기는 어렵다.


조기축구회에서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프로로 데뷔를 할 수는 없다. 조기축구 축구와 프로선수의 축구는 본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로망은 프리랜서이다. 자유롭게 출퇴근도 하고 남들 모두 일하는 시간에 여행도 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꿈의 직업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직장인의 업무강도를 100이라고 봤을 때, 프리랜서의 업무 강도는 200이다. 프리랜서는 1인 기업가이다. 직장에서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어도 월급이 안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다르다. 내가 계약서에 사인을 한 그 순간 난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심지어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어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 이내 일이 끊겨 버리기 때문에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날 선 시선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보다 10배 넘는 부담감과 중압감으로 작업에 임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다.


아마도 프리랜서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 중에 정말 돈을 잘 벌고, 먹고살만한 사람은 전체 100%를 두고 봤을 때 10%가 되지 않을 것이다. 프리랜서의 90%는 백수에 가깝다.


프리랜서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직장인들은 프리랜서의 프리에만 주목할 뿐,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고된 노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려면 실력도 필요하고, 인맥도 그리고 영업능력도 있어야 한다.

취미로 작업을 하는 아마추어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일을 의뢰할 클라이언트는 없을 것이다.




매일매일 한 작품씩 SNS에 공개하는 일만큼 고된 노동은 없다.


꽤 오래전에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한 디자이너의  SNS를 알게 되었다. 

우연하게 그의 SNS를 보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림을 매일 한 가지씩 그려서 업로드를 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그림도 있었고 시간이 꽤 걸려서 작업한 듯한 작품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였다. 에이전시 디자이너는 야근도 많고 업무 강도가 센 편인데.. 집에서 이렇게 작업을 따로 하는구나 라면서 그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림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게 매일매일 올라오는 그림이 참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그는 자신의 스타일이 완성되어 가기 시작했고 꽤 많은 팔로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꽤 많은 일러스트 프로젝트를 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엄청난 열정과 몰입,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참 대다 한 친구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나도 블로그를 한지 이제 꽤 시간이 지났지만,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매일매일 글을 쓰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남들의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매일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서 SNS에 매일같이 올리는 일은 정말 엄청나게 고된 노동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이 취미로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은 매우 절실하게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고 엄청난 습작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올리는 것이다.


혹시, 어디서 읽은 "취미로 시작하다 보니, 이렇게 유명해졌어요..."라는 인터뷰 때문에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 작가들이 취미로 수채화 학원에서 1시간 그린 그림을 올리면서 유명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주제 선정부터 스케치, 습작,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 만들기까지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매일매일 SNS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것에 아주 미쳐있거나, 혹은 절실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생각하는 취미활동으로는 그런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기는 힘들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은 쉬워 보이고 단순해서 금방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성공된 모습 뒤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피나는 노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취미는 내가 가볍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적합하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면 가볍게 그림을 그리고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일이 적합하고 만약 디자인으로 돈을 벌 생각이라면 프로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 누군가의 돈을 받고 행하는 일을 취미처럼 해서는 곤란하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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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inmayde/22311465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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