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the dream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제목을 보고 뭐 대단한 경사가 생겼다고 생각하셨다면 그건 오산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뜨면 피곤한 감이 먼저 몰려옵니다. 그동안 이랬던 적이 드물었는데-알람이 울리면 잘도 벌떡 일어납니다- 새로 이사온 집에서 전과 다른 어둠 속에서 잠이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잠이 들면 몸에는 더 좋다는데 왜 내 몸은? ㅇ?
오클랜드의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상 후 세안만 하고 옷 입고 문 밖으로 나갈 때....-_- 춥다..추워졌네요. 집 맞은 편에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이 있는데 늘 그곳에는 한두명씩 수하물을 들고 서서 버스를 기다려요. 그걸 보면 약간 들뜨기도 하고. 한달 조금 더 남았구나 우리도, 저 앞에 서 있을 날이 말이됴
오늘도 짧은 시프트를 일을 했고요- 일하는 곳에는 늘 규칙적으로 와서 똑같은 걸 주문해 가는 손님들이 있는데 딱히 길게 대화할 일이 없어서 늘 이름을 물어보기가 쑥쓰럽고 한데 오늘은 한명의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ㅋㅋㅋ 니콜라스였어요. 늘 미디엄 사이즈 모카를 주문해 가는 사람입니다. 풀타임 시프트로 일을 하면 라지 모카를 주문하고(..) 또 한 분은 라지사이즈 트림라떼, 엑스트라 핫 으로만 주문하는 데브라. 사람의 얼굴과 커피를 기억하는 것까진 좋은데 이름까지 물어보기는 좀 쑥쓰 쑥쓰. 그래도 이름 한번 알아놓고 나면 부르기도 편하고 뭔가 한 단계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나 할까... 아무튼 오늘 니콜라스의 이름을 알았으니 되었어요. 닉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xx
같이 일하는 케이티가 판도로의 다른 지점(베스티)에 급 호출을 받아, 매니저의 차를 타고 그곳을 도와주러 출동했어요. 우리야 늘 바쁜 지점이라 스태프도 적당히 있고 뭐, 정 안 되도 4명이서 5인분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누구라더라 커피 기깔나게 잘 만들고 여자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고 일은 잘 하는데 클리닝을 잘 안하는(....) 매튜하고 제가 아직 만나본 적 없는 알리 라는 친구하고 일을 한대요. 아무튼 그렇게 잠시 케이티를 떠나보냈음
10분 브레이크가 왔고, 왔다! 내 휴식시간이 왔어! 판도로에서 일하면 시프트마다 1세이보리, 1스윗 그리고 1로프 + 커피를 제공받습니다. 뭐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그만인데 저는 늘 미련을 가지고 (...) 매일매일 하나씩 먹는 재미에 이따 쉬는 시간에 뭐 먹지? 하고 진열된 것들을 둘러보며 고민에 빠짐여..
오늘은 일을 4시간만 해서 30분 런치 브레이크가 없지만 램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고, 스윗으로는 버터스카치 피칸 브라우니를 집어 들었어요. 하지만 입을 댄 건 브라우니 뿐이고 샌드위치는 그대로 가방에 들어갔어요.. 어차피 먹을 시간도 없고, 그리고 이건 집에 들고가서 런치박스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으면 남자친구가 아침에 일하러갈 때 챙겨가요. 그럼 개럿이 쓰는 점심값이 굳잖아 = 내가 무료로 제공받는 걸로 네가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좋다! 네 돈을 내 돈처럼 아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국사람(나)의 정이 아니겠어요 xx
퀸스트릿 스토어 매니저 알렉스는 조만간 휴가를 떠나요- 3주 간의 긴 긴 휴가를 떠나는데 그 동안 스토어를 지켜 줄 사람을 뽑아서 트레이닝을 시켰고, 그 사람이 어제부터 와서 알렉스가 매니저로써 할 일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처음에 인디안이라고 해서 알렉스가 경악을(인디안을 뽑았는데 뽑고 3일만에 잘라버린 이후로 인디안에 대해 좋은 인상이 없는 듯)했고 저도 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와서 일하는 것을 보니 친절하고 괜찮아 보여서 뭐...괜찮지 않겠는가(...)
퀸스트릿을 가만히 내다보면 브리토마트 역에서 지하철들이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우수수 나와서 퀸스트릿으로 퍼져 나가는데, 그 때가 러쉬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정신없이 일하고 나면 또 휑하게 한가하고. 그때는 또 정돈하고 쓸고닦고 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몇 번 반복되고 모두의 10분 휴식이 끝나면 저는 슬슬 제 틸(돈통?)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면서 마실 커피 한 잔 만들고 클락아웃하고 빠이!
이번 주부터는 가능하면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고요. 뭐 원래부터 돈을 그렇게 열심히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찬장하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먹어치우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고요. 저녁은 뭘 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집에 고기가 없는 것 같은데(냉동실에 닭가슴살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같지만) 카운트다운에서 세일하는 것 있으면 사볼까, 간 소고기라던가- 하고 둘러보는데, 닭가슴살이 세일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파격적인 세일이예요 이건. 껍질을 제거한 닭가슴살이 $9.99/kg 라니???? 보통 세일을 하면 껍질이 붙은(skin on) 것을 세일하고요 또 킬로 당 $10 이하로 내려가는 건 드문 일이 아닌지라 . 괜찮네!!! 하고 이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닭가슴살을 한 4팩은 사 왔어요(...)
뭐 고기종류를 좀 안 바꾸면 어때요 닭가슴살은 단백질 많고 지방함량도 적은 좋은 고기니까 이것만 내내 먹어도 나쁠거 없다며. 로즈마리 잎 좀 뜯어서 발사믹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구녀. 뭐해먹을 지는 한 네시쯔음 생각해 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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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온 집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고 있어요. 샤워부스하고는 거리가 먼데 물이 좀 잘박할 정도로 변기 주위에 고여서. 그런데 이게 딱히 사진을 찍어서 집주인에게 보내도 뭐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물이 무슨 분수 솟듯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참 증명하기 어렵고 그렇구뇽. 저희야 뭐 한달살고 나갈거라 나몰라라 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한달이면 하루이틀도 아니니 집주인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하고 연락했구뇽
그러고 나서 목욕을 개운하게 하는데 문득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슬플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런 작고 소소한 불편함이나, 남자친구와의 약간의 갈등이라던가 싸운다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거나 등등의 작은 일들이 있기에 더욱 완벽한 지금의 이 일상이 모두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픈 것도, 잔병같은 것을 끼고 사는 것도. 뭔가 큰 불행의 한 방을 막는 듯한 작은 것들이라 오히려 이런 일들을 끼고 살 때조차 행복한 것 같아요. 액운을 미리 땜하는 느낌이라 그런지-
인생을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황금같은 20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좋고, 넉살 좋고 스스로가 뭔가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하지만 작은 것에 얽매인다..) 살고 있고, 정말 속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조차 절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 현재의 나를 가진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살지 말입니다. 내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고 이 나는 내가 선택한 캐릭터 중 한 명이라면, 다른 캐릭터들은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잘 키우고 있음이 분명해요(....)
가끔씩 꿈에서 말이죠, 꿈 자체를 현실로 인정해 버린다면 내가 행복했던 현실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꿈 속에서 이건 꿈이고 난 깨어날 거야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게 꾸는 꿈 중에서 가장 불편한 꿈인데, 피부로 와닿는단 말이죠 내가 이 꿈을 현실로 인정하는 순간 이 꿈은 진짜 내 현실이 될 거라는 그 느낌. 그렇게 된다면 난 그냥 꿈속에서 사는거고 이 세계에서는 식물인간 같은 게 되어버리려나요
그런 생각 없이 꾸는 꿈도 있어요. 제일 최근에 꿨던 행복했던 꿈은 우주여행을 눈앞에 두고 즐거워하며 '살면서 꼭 한번은 우주에 가보고 싶었어요' 라고 말하고 있던. 이 꿈은 한 세네번 정도는 꿨던 것 같고 늘 우주여행을 출발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설레고 기대하는 나, 였는데 깨고 나서의 아쉬움이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데 그, 꾸고 있는 꿈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영영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마음이 들 때, 그리고 꿈 속 현실에서의 이쪽 세계(?)의 현실은 그야말로 꿈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꿈 안에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니까요. 아 역시... 그건 꿈이었어...그런가..엄청 생생했는데, 어쩐지 너무 행복하고 재밌더라 막 이런 생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순간 정말 애를 써요. 이건 꿈이 맞고 난 꿈은 꿈으로만 꿀 거라고, 그 꿈이 현실이 맞고 난 현실로 돌아갈 거야. 이건 꿈이 맞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지금이야 안 자고 있으니 망정이지 실제로는 어찌나 두려운지 -_-
뭐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현실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다시 태어나도 꼭 이 인생을 살고 싶고 뭐 그런...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즐거운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그때의 고생은 값어치가 있었다' 라고 말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망정이지만 사실 어릴 때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입니다.........그걸 언제 다 하고 있어...... 여기까지 오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는데 말이죠 그 절차를 구지, 구지 다시 밟고 싶지는 않다 입니다...
저녁을 슬슬 준비할 시간이 된 듯 해요. 내가 저녁을 얼른 만들어야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자친구가 설거지하고 뒷정리를 하지 말입니다... 설거지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얼른 요리하고 손 떼려구여. 마리네이드한 것 맛있게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먹으면서 또 맛있다 아 행복해 그러고 앉았겠죠... 맛있겠다. 배고프네요 난 요리하러 ㅃ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