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타지마할과 기차에서의 아침

열사병과 장염, 타지마할 그리고 기차

by 이재구


한국 그리고 인도 기차에서도 잠을 깨우는 도구는 스마트폰 벨소리다. 벨소리에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가방자물쇠가 잘 붙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여권, 비상금, 그리고 몸은 다 잘 있는지 확인을 한다. 확인을 마치면 그 사이 바뀐, 자리 주인들과 눈인사를 하고 아침 기차를 둘러본다. 에어컨이 없는 기차인 만큼 선선한 바람이 고파 창문을 열게 된다.


창문을 열면 아무리 더운 인도라도 선선한 아침 바람이 들어 온다. 밤새 탈수와 장염으로 고생했던 몸은 그 사이 많이 나아졌다. 더 이상 내보낼 것이 없기에 편해졌을 지도 모르고 인도에서 뭔지도 모르고 사먹었던 약 때문일 지도 모르지만, 몸은 확실히 편해졌다. 밤새 고생시켰던 나의 몸은 열사병과 장염이 동시에 왔던 것이 문제였다.


타지마할 여행 중, 정확하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인도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들이 찍는 것보다는 외국인과 같이 찍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이 지나가면 같이 찍자고 하던가 자신을 찍어주기를 바란다. 기차를 타기 전 들렀던 타지마할에서 생긴 열사병은 기차에서 내린 이후, 다음 여행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지마할은 여행보다 관광이 목적이었던 이유로 더운 날씨와 사람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릭샤꾼과의 흥정도 쉽게 끝나고, 사람도 없었다. 오전 일찍 도착해 인도의 더위도 버틸 만 했다. 기분 좋은

출발 이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자 사진에서만 보던, 게임에서나 입밖에 내 봤을 법한 타지마할이 있었다.

여느 관광객과 같이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요청하는 인도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찍다 보니 웃으며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또 연예인이 된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은 마음에 사진을 권하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않고 찍어줬다. 하지만 부부인 줄 알고 사진에 응했는데 그 뒤에 대가족이 모여있었고, 지나 가며 사진을 원하는 사람에게 싫다고 했다가 미안한 마음에 같이 찍자고 사진에 응했다. 입구에서부터 타지마할 까지 짧은 거리를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을 찍어 주며 걸어 갔던 것 같다.


그 사이 인도의 여름은 다시 돌아왔고 그늘 하나 없이 서있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몸에서 원했기에 물을 마셨고, 남은 일정을 살아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계속 마셔야 했다. 갈증은 해소됐지만 인도의 물을 다량으로 받아들인 내 몸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시면 내보내야 했고, 내보낸 수분만큼 다시 마셔야 했다.


결국 생수라 하더라도 인도의 물을 조심히 마셔야 한다는 인도 여행자 기본법칙을 어기고말았다. 나는 인도여행 신고식을 처절하게 치르게 되었다. 생전 처음 느끼는 장염에 급하게 약국에서 약을 구매했지만, 장염 약을 먹으려 해도 인도의 물을 마셔야 했다.


힘들게 힘들게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 기차에 올라탔다. 저녁부터 새벽 까지 장염 그리고 열과 싸운 나는 그 시간이 기억 나지 않는다. 2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차를 타면서, 시간이 흐르고, 어찌어찌 몸은 많이 좋아졌다. 힘은 다 빠졌지만 머리는 가벼웠다. 아침 햇살은 부드러웠으며 아직 조용한 기차 안은 고즈넉한 기분마저 들었다. 잠시 후 기차 안과 밖이 소란스러워졌고, 그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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