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퇴사 후, 그때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 것들
"안녕하세요. 카플랫 서비스 디자인팀, 팀장 이재구입니다." co-founder로 시작한 16년 1월부터 퇴사한 20년 2월까지 업무 메일에 가장 많이 썼던 문장입니다. 이제 이력서 한 줄로 남은 기록이지만 한 줄로 마무리하기에는 많은 추억과 애증이 담겨있는데요. 퇴직 후 돌아보니 '카플랫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다면, 알고 있었지만 더 신경 썼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싶은 회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사업계획 업데이트 그리고 실행
'좋은 사업 계획과 팀워크' 진부한 말입니다. 진부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말이며, 지키고 있는 줄 알았지만 지키지 않고 있는 말입니다. 16년 9월, 카플랫은 단기 렌터카 중개 플랫폼 '배달받는 렌터카 예약 앱'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오픈 후, 고정 지출이 늘고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졌는데요. 초기 계획에 없던,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렌터카 직영점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카플랫은 렌터카 직영점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앱과 렌터카 직영점이 잘되면 잘될수록, 카플랫 인력이 담당해야 하는 시장은 커졌으며 각 팀마다 중요 목표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급해지다 보니 중심축을 잃고 방향성이 흔들리거나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큰 변화마다 팀이 모여 새로운 계획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 고민하고, 명료한 사업계획 문서로 정리하고 공유했다면 더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2. 생각보다 더, 자세한 목표 설정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도 커뮤니케이션 오해가 빈번한데요. 몇십 년을 따로 살던 사람이 모여있는 회사는 당연히 내 맘이 네맘 같지 않습니다. 알고 있었고, 따라서 카플랫은 목표를 디테일하게 정하고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각 팀이 비슷하지만 다른 타깃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생각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목표를 다시 조절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오류는 아니었습니다.
목표는 생각보다 더 자세히 설정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19년 2월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역 중소 렌터카 제휴 완료' 목표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설정입니다. 팀원마다 완료 날짜부터 제휴 완료에 대한 정의까지 10명이면 10명 모두 다양한 목표가 설정됩니다. 따라서 팀원 모두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세한 목표를 설정했다면, 조금 더 똑똑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3. 해야할 일과 지금 할 수 있는 일
스타트업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결핍입니다. 특히 사람과 자금이 가장 큰 결핍 요소입니다. 결핍량에 비례해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가 생깁니다. 카플랫 역시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일을 못한다면 작은 스타트업은 당장 다음 달 생존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궁지에 몰릴수록 사고의 폭은 좁아지며, 하지 못하는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착은 강해졌습니다.
집착을 포기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집착은 회의실에 앉아있으면 해결되지 않는데요. 해야하지만 못하는 일을 멈추고, 1주일 동안 외부 세미나 등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녔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카플랫 인스타그램 '카플랫 트래블'은 12.4만 팔로워를 가진 채널로 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브랜드 채널입니다. 채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제주 맵 등 카플랫 타깃층과 페이 마케팅을 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 사무실을 돌아보니 5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많은 분들이 카플랫을 위해 일하고 계셨는데요. 카플랫에서 '브랜딩에서 UX/UI, 마케팅, 투자 IR'까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카플랫에서 저의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었던 만큼, 카플랫에 남아계신 분들 모두 카플랫에서 시간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5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카플랫 앱스토어 :
카플랫 인스타그램 :
카플랫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