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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 공간의 완성

홈 카페의 모습을 닮은 공간의 완성

by 이재구

긴 장마가 끝나고, 공간이 완성됐다. 처음 완성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였다. 가로로 길게 뻗은 바 위에는 모카포트와 작은 오븐, 그라인더가 단정히 놓여 있었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구조였다. 카페라기보다 집의 부엌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대화를 나누기에도 바는 편했다. 건너편에 앉은 손님은 커피에 대해 묻거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주문과 커피가 나오는 사이의 짧은 빈틈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다.


테이블과 의자는 월넛 톤으로 맞췄다. 무게감 있는 색이 바닥과 어울리며 공간의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벽은 흰색으로 마감해 여백을 남겼고, 그 위는 여행에서 가져온 포스터로 채웠다. 크지 않은 가게였지만 답답하지 않게 공간을 만들었다.


Collect의 부엌은 불 위의 모카포트와 작은 오븐이 전부였다. 그곳에서 나온 한 잔의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는 카페에서만 즐길 수 있는 완성품이 아니라, 집에서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조명은 낮과 저녁에 따라 다른 얼굴을 가졌다. 낮에는 창밖 빛이 벽면을 채웠고, 저녁이면 낮은 조명이 은은하게 자리를 대신했다. 필요 이상으로 밝지 않았지만, 손님이 머물기에 충분한 빛이었다. 지나친 장식은 피하고 싶었다. 가게를 꾸민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의 부엌을 정리해 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공간은 그렇게 제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었다. 이제는 문을 열고, 첫 손님을 기다리는 일만 남아 있었다. Collect의 완성은 그렇게 준비되었고, 드디어 빈 공간에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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