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 to Taipei] 예술가의 삶

by 이지현

[D-16 to Taipei] 예술가의 삶



내가 동경하던 삶은 오직 예술가의 삶이었다.


예술의 정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예술이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내게 보여주는 사람은 모두 예술가다.


순수 예술,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도, 전에는 없던 물건을 파는 사업가도 모두 내게는 예술가다. 전자기기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스티브 잡스도, 본 적 없는 기행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시대를 연 것과 팰콘 헤비의 발사체 재착륙을 성공시킨 일론 머스크도 내게는 모두 예술가다(예술가로 인정하는 것과 한 인간으로서 평가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세상의 편견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세상과 동조하여 살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 그것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사람은 내게 모두 예술가다.


그래서인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일명 '또라이', '너드', '비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편이다. 개인적인 경험상 호불호가 갈리거나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차라리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많았다. 가감 없이 말하고 행동하기에 사람들에게는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신뢰한다. 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겉치레를 떨지 않으며 사랑받고자 자신의 빈 마음을 내밀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세상을 살아갈 뿐이다. 자신이 꿈꾸는 방식대로.


내게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무언가를 선보일 재능이 있지도, 그럴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동경하는 삶이기에 그 삶의 그림자라도 밟아보고자 노력한다. 글을 쓰니 가장 좋은 점은 그런 삶을 잠시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글을 쓸 때만큼은 0에서 1이 만들어지니까. 하얀 바탕에 깨 같은 검정 글씨가 채워질 때마다 마음도 같이 채워진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내게 모두 예술가다. 모두의 삶은 그 이전에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한 것이기에. 사실 인간은 태어날 때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삶을 살면서 자신이 예술가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는다. 남과 비교하고, 남의 삶과 비슷해지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슬프지만 어느 정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동그라미와 세모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동그라미가 세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살점을 덜어내야 하고 세모가 동그라미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선을 넘어 살을 채워야 한다. 이제 세모는 동그라미 1이 되었을 뿐이고 동그라미는 세모 1이 되었을 뿐이다. 차라리 세모는 동그라미가 되기보다 붉은 세모가 되거나 노란 세모가 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동그라미 1보다는 무지갯빛 세모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려는 것, 난 그것을 살아 보려 했을 뿐이다. 그게 왜 그리 힘들었을까?
ㅡ 헤르만 헤세, <데미안>


모두가 자신이 꿈꾸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이것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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