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to Taipei] D-2주

by 이지현

[D-14 to Taipei] D-2주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디데이의 앞자리가 2였는데 어느새 1이 되었다. 2와 1은 겨우 1차이지만 그 무게감이 다르다. 2 뒤에는 1이 남아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2일 땐 여유롭던 마음이 1이 되자 바빠지기 시작한다. 1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0이다. 한 자릿수의 디데이로 진입하는 것이다.


중국어는 이제 더듬더듬 한자 몇 가지는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손짓 발짓을 하면 대충 원하는 메뉴나 길을 물어볼 수 있을 듯하다. 대답을 이해할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주말에 여행 때 신을 신발을 샀다. 옷은 신발과 어울리는 것들로 몇 벌 가져가기로 했다. 통이 넓은 청바지 한 개, 청반바지 한 개, 레깅스 한 개, 윗옷은 자주 갈아입어야 하니 여러 벌. 긴팔 몇 개 빼곤 죄다 반팔 아니면 나시라 무겁거나 부피를 차지하지도 않는다. 여름 여행은 이래서 좋다. 짐이 가볍다.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화장품은 쓰던 그대로 챙겨가기로 했다. 샴푸 린스 같은 것은 호텔이나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것을 쓰기로 했다. 무겁게 들고 가느니 없으면 사는 걸로.


다만 아직 여행에서 읽을 책을 고르지 못했다. 공부할 중국어 책도. 아마 여행 며칠 남겨두고 후다닥 결정하지 싶다. 이지카드는 전에 쓰던 것이 있으니 됐고 유심은 미리 알아보고 구매해가야 한다. 환전은 트래블월렛을 이용하기로 했다. 카드발급은 이미 완료. 따로 환전하지 않고 어플에서 원하는 화폐로 환전, 충전시킨 다음 대만에 도착해서 지정된 ATM에서 출금하면 된다고 한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아 이 방법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배낭을 꺼냈다. 여행 때 챙길 물건들을 틈틈이 넣어놓기 위함이었다. 배낭을 어깨에 둘러매보았다. 손때 묻은 가방이 등에 착 감겨온다. 이 배낭에 얼마나 많은 땀이 배어있던가. 얼마나 많은 추억이 담겨있던가. 얼마나 많은 길을 함께 했던가.



가방의 형태를 한 오랜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낮은 곳으로



내가 선택한 삶에 잠겨 죽고 싶다.


잠겨 죽어도 좋을 만큼 이 삶을 사랑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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