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to Taipei] 등산

by 이지현

[D-10 to Taipei] 등산



친구와 산에 다녀왔다.


걸음이 빠른 사람, 걸음이 느린 사람, 보통인 사람. 모두 걸음걸이와 속도가 제각각이다. 몇 걸음 떼지 않고 사진을 찍는 사람, 오로지 앞만 보고 걷는 사람, 온갖 풍경을 눈에 담는 사람, 같이 온 가족,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걷는 사람. 산을 오르는 모습 또한 제각각이다.


나는 가파른 산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발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내 옆을 누가 지나가는지 얼마나 빠르게 산을 오르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로지 나의 걸음, 나의 속도만이 중요했다.



인생도 등산과 같다.


다른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면 탈이 난다. 어떤 속도로 걷느냐에 따라 정상에 오르는 동안 볼 수 있는 풍경 또한 달라진다. 오직 정상만을 향해 가는 사람은 오를 때 볼 수 있는 풍경은 놓치고 만다. 하지만 내려올 때 천천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정상을 향하는 사람은 온갖 풍경을 음미하며 갈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오히려 더 즐거운 산행이 될지도 모른다. 내려올 땐 비교적 빠르게 내려올 수 있겠지.



우리의 인생은 어떠한가? 타인의 속도와 걸음걸이만을 보고 있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나의 속도와 나의 걸음걸이다. 천천히 걷는 사람은 천천히, 빠르게 걷는 사람은 빠르게 걸어가면 된다. 등산에서는 이토록 쉬운 일이 인생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펼쳐진 풍경을 눈과 온 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산행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다. 인생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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