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to Taipei] 여행과 인생, 닮았을까?
여행을 가기 전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가는 편이다.
그건 아마 나의 게으름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8할은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낳는다. 기대에 부합하는 정도라면 다행이고, 기대이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인생이고 여행이고 큰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부록으로 달고 온다. 실망하지 않는 법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를 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는 언제나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커서, 제 한 몸 건사하기만 하다면 뭐든 기대 이상의 일이 된다.
사람마다 여행 방식과 목적은 제각각이다. 책이나 영상으로 본 장소를 직접 본다는 것에 큰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살아보기 위해 떠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완벽히 여행자로서 현지인들과 구분되고자 하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모두 각자의 여행은 의미 있고 소중하다.
다만 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내가 모르던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낯선 공간에 들어서면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리는 것만 같다. 상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나에게 영감과 새 삶을 사는 것과도 같은 기운을 준다. 새로울수록 좋다. 정보를 많이 얻을수록 새로움이 떨어진다. 그곳은 이미 내가 가기도 전에 아는 공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대한 겉핥기식의 정보만을 입수한다. 장소명과 주소 정도. 누군가가 올려놓은 사진에 매료되어 '여긴 꼭 가야 해!'(뤼다오가 그렇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가기로 결정하기 전이지 결정 후에는 상세한 후기나 사진은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여행은 정보의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알고 싶은 만큼만 알 수 있고, 알고 싶은 곳만 알 수 있다. 이것이 인생이 여행과 다른 점이다. 인생은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도 알게 되며, 때로는 알아야 할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오늘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이고 내일은 온통 미지의 세계이다.
여행과 인생. 인생과 여행.
이 둘은 꼭 쌍둥이 같다. 닮은 구석도 있지만, 분명히 다른 존재다. 그러나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가봐야 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