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 to Taipei] 퇴사

by 이지현

[D-4 to Taipei] 퇴사



오늘부로 3년 넘게 다니던 회사와 마무리를 했다.


8월이 되면 4년이 되니 꽤 오래 다닌 셈이다. 처음부터 오래 다닐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고, 하루하루를 어물쩍거리며 살다 보니 어느새 긴 시간이 되어버렸다.


급여가 세지도, 그렇다고 복지가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집과 가깝고 5시 30분 퇴근이라는 점이 그 시간들을 버티게 해 주었다. 지하철로 3 정거장이라 집에 오면 저녁 6시가 채 되지 않는다. 저녁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내 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 욕심이 났다. 하루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고 싶었다. 잔잔한 물가에 돌멩이를 던진 듯, 매일 그런 생각이 퍼져나갔다.


그래도 오래 다닌 회사라 그런지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나오는 길, 기분이 이상했다.


정글 속 한가운데 뚝 떨어진 기분이다.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까지 있는 마당에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나 잠시 후회도 한다. 하지만 지옥도 내가 선택한 거라면, 책임을 져야겠지.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ㅡ헤르만 헤세, <데미안>



다른 세계를 맞이하기 위해선 내가 딛고 서있는 세계를 부숴야 한다.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헤세는 그것을 알을 깨고 나온다고 표현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는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알을 깨지 못하는 새는 죽음뿐이다. 정말 말 그대로 새는 죽을힘을 다해 알을 깨는 것이다.


인간인 나는, 죽을힘을 다해 한 세계를 부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새보다 나은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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