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오늘은 타이중 동해대학교에 다녀왔다.
목적은 루체성당을 보는 것. 하지만 역시 인생,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성당은 보수공사 중이었다. 그렇다고 먼 걸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어서 캠퍼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원래 대학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사실 몇몇 큰 건물을 제외하고는 이게 대학 캠퍼스인지, 큰 공원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학교 곳곳에 진짜 (개인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원주택들이 여러 채 있었고 실제로 사람이 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곳곳이 잔디밭에 나무가 우거져 흡사 미드에 나오는 이름 모를 파크 같기도 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만나는 건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콘크리트로 세워진 건물들이 아니라 일본풍의 건축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건물은 큰 콘크리트로 된 빌딩인 것 같긴 했다. 부지가 하도 넓어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음을 일러둔다.) 특히나 일본 느낌이 많이 나는 건물로 가보니 이곳은 동해대학교 국제협력센터였다.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라 호기심이 동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보자. 그리고 만나게 된 풍경.
처음엔 땅바닥에 널브러진 저게 뭔가 했다. 날이 흐려 육안으로는 어떤 덩어리로만 인식될 뿐이어서, 설마 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처음엔 동상인 줄 알았다). 어떤 학생이 널브러진 개 한 마리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자 천천히 머리를 든다. 개다. 그것도 살아있는.
한 두 마리가 아니라 다섯 마리가 널브러져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괜히 겁이 나 멀찌감치 사진만 찍었다. 개나 고양이 모두 좋아하지만, 저렇게 큰 개는 살짝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인 없는 개라면 더더욱. 이 학교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걸로 봐선 물거나 해코지 하지 않는 게 명백해 보이지만, 역시 나는 이방인이었다. 어떤 행동의 자연스러움은 특정한 곳에 속해 있는 자들의 특권이다.
이때의 시각, 오후 1시 12분.
안 그래도 오늘 친구에게서 '대만은 낮잠 시간이 있던데 직장인도 그러냐'는 질문을 받은 차였다. 친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대답했다. 그리곤 '설마 회사에서?'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개들이 한가롭게 오수를 즐기고 있는 이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인간보다 호강하는(듯한) 개들을 보고 있자니, 개들의 생각이 심히 궁금해지는 것이다. 개들의 눈에 우리는 어떻게 비칠까? '개만도 못하다'는 표현은 인간이 아니라 개들이 써야 하는 표현이 아닐지.
검색해보니 다행히 대만에서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회사원들도 낮잠을 자는 듯하다.
다행,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