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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20. 2023

[D+2] 비 내리는 아침

타이중


 비가 그야말로 퍼붓고 있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오늘 아침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비가 오는 정도가 아니라 쏟아진다. 내게 타이베이는 젖은 건물들의 이미지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 대만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에 도착해서 해가 쨍한 날이 아직까지는 한 날도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그럴 수 있다 쳐도 역시 여행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날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날씨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언젠간 한 번은 보겠지. 그렇게 맘먹으니 편하다.


 비가 와서 어디 나가기가 좀 그렇다. 옷은 젖어도 신발은 젖으면 활동성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챙겨 온 신발이라곤 신고 온 운동화가 전부라 도저히 이곳저곳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난다. 급한 대로 편의점이나 숙소 근처 마트에서 쪼리나 슬리퍼를 사 신으려 했건만 가본 곳 어디에서도 팔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오늘 하루 무얼 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비가 조금 그치면 주변에 있는 백화점에 들러 쪼리를 사고 실내 볼거리가 많은 곳 이곳저곳을 다녀볼까, 했지만 비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비는 내릴 테고.


 일단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아침 식사 파는 곳에서 따뜻한 또우장(콩물)과 딴삥(계란 전병), 생고기 빠오쯔(만두)를 포장해 왔다. 또우장은 달달하니 포만감이 드는 게 아주 맛있다. 딴삥은 맛있는데 내가 소스를 너무 많이 뿌린 탓에 짰다. 제일 맛있었던 건 빠오즈였는데, 우리나라 야채호빵에 고기가 많이 들어간 맛이다. 넉넉하게 아침을 먹고 편의점에서 포장해 온 아이스 아메리카도 한 잔 마시니 뭐 별달리 바랄 게 없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날씨에도 여기 사람들은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창이 있는 숙소를 예약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 내리는 날 창문조차 없는 방이라면 꽤나 답답했을 것이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찍 글을 써놓기로 했다. 오후에 비가 조금 잦아지면 마음 편히 나갈 수 있도록.


 일단 글을 쓰고, 챙겨 온 중국어 책으로 공부도 해야겠다. 요즘 내가 여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곤 책 읽기와 글쓰기 밖에 없는 듯하다. 참 재미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나는 이게 좋은걸. 그리고 사실은 꽤 재밌다. 무언가를 배우고, 그 배움으로 매일매일이 새로운 내가 된다는 게.



비가 조금만 잠잠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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