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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23. 2023

[D+5] 구글맵이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니다

타이난


 국립대만문학박물관을 갔다가 근처에 대만 드라마 상견니 촬영지까지 들른 참이었다. 32 레코드점이었는데 문이 닫혀있었고,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돼 보였다. 모르는 사람들은 도저히 드라마 촬영지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외관이었다.


외관도 내관도 멋있었던 국립대만문학박물관
드라마 상견니 촬영지 38 레코드점


 이미 오전에는 안평수옥과 잘란디아 요새를 다녀온 참이라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다. 구글맵을 켜 숙소로 가는 루트를 검색했다. 근데 어째 동선이 뺑 돌아가는 것 같다. 알려준 길로 걷다가 예쁜 골목이 있어 그냥 그 길로 걸었다. 가는 방향만 맞으면 되지 뭐. 틈틈이 구글맵을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구글맵은 자신이 알려준 루트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가는 와중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거리를 발견했다. 초입에는 화사한 꽃이 흐트러지게 피어있다. 예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들 놀러 온 모양이다. 구경하는 사람도, 앉아서 무언가를 사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Kaishan Rd.

 역시 기대 없이 만난 장소가 더 만족스러운 법이다. 구글맵만을 따라갔다면 만날 수 없었을 풍경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가 내가 놓친 길은 얼마나 될까. 내가 볼 수 있었던 다른 풍경은 얼마나 될까. 


 남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는 건 쉽다. 하지만 플러스알파를 원한다면, 내가 원하는 길로 걸어봐야 한다. 스스로 가본 적 없는 길을 걸어봐야 한다. 실망도 만족도 내 몫임은 당연하다.


길도,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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