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여행을 다니며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것들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빨래.
드디어 대만에서의 일주일(대만의 코로나 방역수칙인 자발적 건강 관리 기간)이 지나고 도미토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인실을 사용하던 숙소 근처에 꼭 와보고 싶은 호스텔이 있어 숙소를 옮겼다.
확실히 1인실을 쓰다가 도미토리를 쓰려니 불편하긴 하다. 특히나 공용욕실은 수건이며 옷이며 세면도구까지 모두 챙겨가서 다시 가져와야 하니 여간 번잡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한번 하고 나니 뭐 별거 아니기도 하다. 예전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1인실 가격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 수준이니 불평하기도 어렵다.
보통 호스텔은 내부에 코인 세탁기가 있거나 외부 코인 세탁방에서 빨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호스텔은 통돌이 세탁기가 있었다. 이전 숙박객이 써놓은 후기를 읽어보니 빨래가 무료란다. 완전 땡큐다. (공용이라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햇살 살균 소독을 믿어보기로 한다.) 타이중에서는 호텔 바로 앞에 코인 세탁방이 있어 편하게 옷을 빨았는데 확실히 타이난은 코인 세탁방이 (있기는 있지만) 타이중보다 찾기가 어렵다. 도미토리는 수건 제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쓴 수건을 빨고 말려야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세탁기를 돌렸다. 다행히 오늘 햇볕이 좋아 빨래가 바짝 말랐다.
집에서는 심심하면 하던 빨래인데 여행 중에는 아주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바싹 마른 수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여행은 낯선 공간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낯선 공간은 불편한 곳이다. 불편한 곳으로 나를 등 떠밀어 보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낯선 공간에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한다. 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은 곧 일상에서 잊히고 만다. 일상과 여행사이, 그 어디쯤에서 만나면 좋으련만.
우리 집 통돌이 세탁기는 잘 있으려나. 괜히 우리 집 세탁기가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