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대만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커피에 진심인 나라다.
워낙 차 문화가 발달된 나라라 그럴 만도 하지만. 사실 너무 다양한 음료가 있기에 커피를 그렇게까지 많이 마실까? 했는데 역시나 커피는 만국 공통 기호식품인가 보다. 몇 발자국 걸을 때마다 마주하는 咖啡(커피) 간판에 선택장애가 올 지경이다.
구글 평점이 좋은 카페 몇 군데를 가보았다. 라테도 마셔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셔봤다. 결론은, 일단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
타이중에서 갔던 커피숍. 아주 작은 가게에 손님들이 꽉꽉 차 있었다. 입맛에 맞게 원두를 고를 수 있고, 나는 너티한 원두를 고르고 싶었으나 현재 없다고 해서 베리향과 코코아 향이 난다는 원두를 골랐다. 카페라테 핫, 가격은 80위안.
사진으로는 그렇게 안 보일 수 있는데 잔이 매우 컸다. 저는 이걸 국밥라테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양이 정말 많았다.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오니 배가 불렀다. 그런데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원두와 결이 다른 느낌이다. 대만은 기본적으로 산미가 있는 원두를 선호하는 듯했다(사실 우리나라 빼고 외국은 대부분 그런 듯). 산미가 있는 원두가 고급 원두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입에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다. 뭐 그렇게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패밀리마트에서도 원두커피를 팔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보았는데, 여기도 산미가 꽤 강했다. 앞으로 패밀리마트에서 아아를 사 먹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타이난에서 마신 커피들이다. 타이난 안핑이라는 곳에는 여러 관광명소들이 몰려있다. 더위도 식힐 겸 미리 알아봐 둔 커피숍 중 하나인 肆樓咖啡에 들렀다. 여기도 내부가 매우 협소하다. 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고, 그마저도 모두 다 채우면 움직일 때마다 부딪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땐 손님 한 사람뿐이었다. 이후에 커플 2명이 들어왔다.
라테를 마실까 하다가 너무 더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메이쓰카페이 빙더 (아메리카노 아이스). 이 문장 하나는 외우고 다닌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뭔가 굉장히 정성 들여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럴만한 게, 가격을 정확히 보지 못해 100위안을 냈더니 돌아오는 거스름돈이 없다. 비싼 커피인 것이다.
맛은 역시나. 시다. 타이중에서 마셨던 라테보다, 패밀리마트에서 마셨던 아아보다 훨씬 셨다. 잔 윗부분은 셨고, 밑 부분은 썼다. 그래도 가져간 책도 읽을 겸해서 천천히 목을 축이고 나왔다. 구글 리뷰를 보니 외국인들은 이 커피 맛을 아주 좋아하는 듯하다.
그리고 어제 마셨던 카페라테. 그나마 제일 친숙한 맛이다. 가격은 작은 컵 65위안(그래도 양이 꽤 많다). 직접 만드는 비스킷도 팔길래 하나 사보았다. 맛은 쏘쏘. 한국에서 먹는 맛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신 맛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아는 맛이 제일 맛있다고 입맛에는 이 카페가 제일 맞았다. (그렇다고 두 번 가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맛보다도 스태프들이 매우 친절해서 인상 깊었던 곳이다.
대망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커피. 어제 목을 축일 겸 별 기대 없이 아아를 시켰는데, 웬걸? 이게 제일 맛있다. 가격은 작은 컵 35위안. 같은 편의점 커피이지만 패밀리마트 커피는 신 맛이 강하다면 세븐일레븐 커피는 신 맛이 거의 없고 우리가 아는 고소한 맛이 난다. 내 입에 가장 친숙한 맛이다.
아무래도 편의점 커피가 입에 잘 맞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랬는데 대만에서도 그럴 줄이야.
역시 사람 잘 안 변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