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리재 Feb 01. 2024

내가 전시를 보는 기준 : 몰입과 경험

[들어가며]

나를 두고 전시를 항시 자주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어릴 때 부터 전시를 보고 자라 온 입장에서 써 보는 이 페이지는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나이를 이정도 먹으니 전시를 보고 느끼는 기준이 생긴 것에 대한 이야기다.  

1. 어린 서리재

2. 요즘의 전시

3. 전시를 보는 기준


1. 어린 서리재

어릴 때 본 첫 전시를 기억 하는가?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에서 박물관에 방문한 것을 전시를 봤다고 할 수 있을까.

경주를 떠올려 본다면 '경주 불국사 대웅전과 자하문 사이의 뜰 동서에 있는 두 개의 탑 중 동쪽에 있는 탑으로 우리나라 국보 제20호구나' 라는 종류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 그저 그 나이에 떠올릴 수 있는 문장들, 느꼈던 감각들만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 남는다. 그 감각이 처음 구체화 되던 때는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께서 사비로 나와 친구 몇 명을 서울의 집으로 초대해 주시고는 이것 저것 구경시켜 주셨다.


선생님은 엄마처럼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시며 그저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 보셨으며 전시에 우리를 던져놓고 알아서 경험하기를 기다리셨다. 덕분에 나는 학교 수업과 다르게 부담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숙제를 할 필요도 독후감을 쓸 필요도 없었으니까.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는데 나는 이 느낌을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나무위키

앤디 워홀의 내한 전시였다. 거대한 바나나가 상공에서 나를 맞이했던 기억이 있다. 이 나이의 나는 만화를 좋아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었다. 명화라고 하는 유화 그림들과 캐릭터 그림은 뭐가 다르길래 하나는 예술로, 다른 하나는 오락으로 취급 받는 것일까?


앤디워홀의 전시가 어느정도 답을 줬다. 팝 아트가 이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리고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이 작품이 어떻게 아름답고 예쁜지가 아니라 앤디워홀이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 였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인생을 살펴보고 작가와 대화하는 것, 그로 인해 나와 세상에 대해 깨닫거나 위로를 받거나 영감을 얻는 것이다. 전시는 어느정도 공부하는 마음 가짐으로 보면 아주 맛있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분야보다 학습능력을 요하는게 전시가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도 전시를 볼 때는 꼭 도슨트 혹은 오디오 도슨트를 이용한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만화는 좀 더 엔터테이먼트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영향에 있어서 도파민이 나오는 활동, 오락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2. 요즘의 전시

 이렇다 보니 예술 작품이 '그들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공부해야 하니 어렵고 지루한 것 이라고.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 중 하나가 미디어전시다.

기존의 그림을 관람하는 방식은 2D로 이루어진 작품의 표면을 3D인 공간에서 사람이 관람하는 방식이었다.

2D로 이루어진 작품 영역을 미디어를 이용해 인간이 속한 3D공간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소리나 냄새등을 이용해 공감각을 자극한다.

이러한 시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보다 쉽게 작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여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출처: 팀랩

그래서 접근성이 대폭 낮아지고, 기억에 잘 남을 뿐 아니라, 시각적 자극도 충분하고,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재미를 느낄 수 도 있다. 물론 단점도 명확하지만 많은 장점으로 인해, 요즘에 본 거의 모든 전시는 그림 전시여도 적어도 한 섹션은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경험을 전시한다.


그리고 위에서 나열한 장점의 효과들을 끌어 올리는 데에 매개하는 것이 몰입이다.

몰입이란, 깊이 파고들거나 빠진다는 뜻으로 흔히 이야기 하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의 경험이다. 다양한 개념이 '관람, 사용, 구매'라는 제3자의 시점에서, 요즘 들어 점점 '경험'이라는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경험이 중요해진 분야 중 하나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작품의 내용보단 오락적 자극을 이끌어 내고 사진 촬영 외에는 가치를 찾기가 힘든 미디어 아트도 많다. 이 또한 관객이 즐기고자 하는 컨텐츠 중 하나겠지만 나는 아니라서. 개인적인 관점에서 전시를 보는 기준은 이렇게 생겨났다.


3. 전시를 보는 기준

그래서 정리해 본 내가 전시를 보는 기준은 이렇다.  


    관람의 스토리 텔링이 되었는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이 되었는가  

    나는 몰입 하였는가  

    모든 정보를 종합 해 보았을 때, 작품 자체의 평가를 어떻게 줄 수 있을 것인가  

    결과적으로 내가 영감을 받았는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가  


첫 번째 기준은 전시 기획과 큐레이터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정보를 두고도 내가 어떻게 어떤 감각기관으로 습득하냐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커다란 기준으로 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기준에서 나의주관성이 드러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취향은 다 다르고, 내 취향이 대중과 일치하긴 힘들 수 있다.

세 번째 기준은 그다지 전시에 다양한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형태의 설치를 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작품들이 있다. 그러한 작품들이 떠오르는 기준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이더라도 첫 번째 기준의 영향을 받아 결국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가 올라 갈 수도 있다.

네 번째 기준은, 결국 내게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걸맞게 영감을 받는 행위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기준들은 모두 첫 번째 기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관람객의 경험을 어떻게 잘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전시에 있어서 경험을 디자인 하는 요소들이 중요한 시점이다. 요즘의 전시는 3차원 형태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으로 훌륭한 전시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음 이야기 부터는 그 전시들에 관해 조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출처: 팀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