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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29. 2021

일상의 시행착오들

나를 쓰게 하는 힘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도리스 레싱


 일상의 의미는 거대하다. 매일 하는 특정한 일, 그것이 바로 일상이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길 잃은 양처럼 매일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일상이랄 게 없었다. 오늘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몹시 지루하고 비루해져 버린 나의 삶에 무언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브런치에서 만든 첫 작품인 '아침 글쓰기 100일 챌린지'에 그 모든 여정이 담겨있다. 이후 나의 일상은 규칙적인 글쓰기를 따라 자리잡기 시작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글쓰기는 나의 일상의 커다란 주축이다.


 처음 매거진을 시작하던 100일간은 말 그대로 시행착오의 기간이었다. 나의 첫 매거진을 돌아보면 어제오늘의 글이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어제는 삶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았다가, 오늘은 음악 추천 글을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주제가 이리저리 튀어도 상관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구잡이식 여정이 곧 지금까지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무슨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허용했던 것.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관대함과 여유 속에서 나는 글쓰기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챌린지가 끝난 후에도 계속 글을 써나갔고, 이후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글쓰기의 가능성' 브런치 북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전 100일 동안 마구잡이식 글쓰기가 없었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들이다.


 최근 들어 나는 또 다른 확장을 꾀하고 있다. 경제와 돈 이야기를 위한 새로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만들었던 블로그인데, 며칠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블로그의 주제를 경제 관련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후 방문자수가 훨씬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즉 나는 나의 욕구('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공부를 하고 싶다')를 분석했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는 방법을 찾았다. 실험적으로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보는 일이었다. 앞으로 나는 새로운 시행착오를 더욱더 넓혀나가고자 한다.


 나의 글쓰기 여정은 낙서용 노트에서 시작되었고, 브런치에서 기반을 다졌고, 공모전과 블로그로 확장되었다. 이렇게 점점 나의 글쓰기 놀이터가 넓어지는 게 기쁘다. 앞으로 내가 글을 쓰면서 돈을 벌게 된다고 하더라도, 글쓰기가 수단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행착오의 여정 가운데서 이미 글쓰기 자체가 목적이 되었고, 글 쓰는 일 자체로 나는 행복한 상태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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