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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Mar 31. 2021

별자리 짝사랑하기

매일 밤 별자리 운세를 읽는다

 나에게는 오랜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별자리 운세를 보는 것이다.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때부터 별자리 운세를 꼬박 챙겨봤다. 초등학교 때, 당시 대학생이던 언니들은 한창 엘르나 보그 같은 패션잡지를 봤다. 특히 작은언니는 잡지를 스크랩해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취미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언니 옆에서 잡지 가장 뒷페이지의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자리 운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당시에는 별자리 운세를 즐겨 봤다. 큰언니는 가끔 지하철에서나 무료로 잡지를 나누어주면 항상 뒷면 별자리 부분만 찢어와서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별자리에 대한 가장 가까운 기억은 고등학교 때다. 한창 입시나 시답잖은 인간관계에 골머리를 앓을 때였다. 나는 거의 매일 저녁, 초록창에 내 별자리를 검색해서 이달의 운세나 이주의 운세를 봤다. 항상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봤다. 누가 썼을지도 모르는 별자리 운세를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안심이 되었다. 걱정이나 고민이 한 풀 꺾이니 잠도 솔솔 온다. 이유는 아마도 동화처럼 이야기하는 별자리 운세 특유의 문체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생각이 워낙 많았던 내게 별자리 운세는 마치 늦은 밤에 듣는 녹턴 같았다. 


 별자리 운세가 하는 말은 대체로 이러했다. "이미 모든 것을 쓰였고 너의 운명은 이러하니 걱정하지 말라", "종종 이러한 점에서는 주의하라". 별들의 위치라는 관찰된 사실을 가지고 점성술사들은 확신에 찬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운세를 풀어내는 점성술사들을 볼 때면, 왠지 운세보다도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누구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니까. 별자리는 우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귀여운 방식으로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물고기, 게, 염소, 황소 등… 그래서 더욱 즐거운 연상 게임이 된다. 가령 염소자리인 사람은 얼굴에서부터 염소를 약간 닮은 부분이 있다거나, 황소자리인 사람은 황소처럼 정말 일평생 일을 우직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별자리 운세는 대부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별자리를 지독히도 따르고 좋아하면서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운세는 말 그대로 미신으로 남기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결국 운세는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서 풀어내는 것이고, 그게 곧 과거가 되었을 때 우리는 예전에 봤던 그 운세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대조해보지는 않는다. 즉 별자리 운세는 현재에 관해서 자유롭다.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런 우리의 욕망을 꿰뚫어 보듯이, 별자리 운세는 하나같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 나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편파적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추측 따위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요즘에도 거의 매일 밤마다 꾸준히 블로그에 나의 별자리를 검색해본다. 그리고 세계의 여러 점성술사들이 풀어낸 이야기를 자장가 삼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안심을 주기도 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눈꺼풀은 스르르 감긴다. 마치 부모님이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고 자는 아이처럼, 미신이거나 모두 거짓말일지라도 그런 이야기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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