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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pr 03. 2021

그리운 별다방

차이티라떼 두유로 바꾸고 좀 더 달게 해서 주세요 그리고 먹고 갈게요

 마스크를 끼는 일상이 평소보다 더 슬퍼질 때가 있다. 그건 바로 별다방 카페를 가기 꺼려질 때다. 코로나 이후 나는 정말 단 한 번도 카페에 가지 않았다. 테이크 아웃 빼고, 카페에 오랫동안 여유 부리며 앉아있던 적이 거의 없다. 자고로 카페를 가는 이유는 괜찮은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죽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내가 즐겨갔던 별다방은 분위기와 음악이 잘 어우러지면 한 자리에서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과제나 업무를 한다거나, 친구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잔잔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내가 특히 별다방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별다방이 다른 카페들과 차별되는 점은 '두유'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우유를 먹지 않는데, 좋아하는 음료는 죄다 유제품이 포함되어있다. 그래서 다른 카페를 가면 항상 에이드나 티 같은 ─ 왜 이걸 돈 주고 사 먹느냐는 말이 나오는 ─ 메뉴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별다방에서만큼은 프라푸치노든 라떼든 두유로 변경하면 된다. 나는 자타공인 두유 러버이기 때문에 별다방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외에도 두유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카페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가장 접근이 쉬운 곳은 원탑, 별다방이다.


 별다방의 공감각적 경험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분위기와 계절에 알맞게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카페 전체를 감싸는 원두향, 약간의 백색소음, 푹신한 소파와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 은은한 조명, 친절한 직원들까지. 이외에도 화장실의 위생이나 넉넉한 공간, 페이퍼 타월이 제공된다는 것까지 별다방은 정말 완벽한 카페라 말할 수 있다. 카페가 구비할 수 있는 모든 박자를 한데 모아 맞추는 현대인의 (준)파라다이스다. 모든 것이 생생하게 상상되는 이 경험은 어떤 카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적당함이다.


 한때 별다방도 코로나로 인해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바이러스가 조금 완화되면서 카페 출입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카페에 앉아서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한다면, 그 모든 여유가 무슨 의미겠는가. 그런 단순한 일상이 이제는 사치가 되었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언젠가 지구가 조금 더 건강해졌을 때, 꼭 별다방에서 "먹고 갈게요"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차이티라떼를 두유로 변경해서 마실 수 있기를 몹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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