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감상기
유튜버 이연님의 언급으로 알게 된 책,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을 읽었다. 우리 삶에서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창조성, 우리 자신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멋진 창조력에 대한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작가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라는 유명한 책과 영화의 원작자였다. '빅 매직'은 창조성을 위한 자기 계발서와 같다. 다만 흔한 여타 자기 계발서들과는 다르게, 작가 자신만의 사적이고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고 특별한 기운을 풍긴다. 그렇다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현실에 기반한 내용으로, 평소에 창조하는 삶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한다.
내용면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 여기 수전이라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챔피언을 거머쥘만한 재능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선수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수전은 15년간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 수전은 꽤나 무기력한 삶을 지속했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로 한다.
'내가 창조적인 기분(홀가분하고 환희에 찬 느낌)을 느낀 게 언제였지?'
수전은 그런 기억이 거의 몇십 년은 된 것처럼 느껴졌다.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었던 십 대 이후부터는 창조적 활기와 아예 동떨어져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수전은 결심한다. 다시 스케이트를 타기로. 링크장에는 선수를 꿈꾸는 어린 꼬마들 뿐이었기에 다소 부끄러웠지만, 그는 계속해서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다. 일주일에 세 번씩, 출근 전 아침에 꼬박꼬박 스케이트 링크장으로 향했다.
수전은 이 지구 상에 발 붙이고 있는 한, 기꺼이 그 초월의 상태에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게 전부다.
바로 이것이 내가 창조적인 삶이라 부르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中
창조성에 관해서 말하자면 조금 쑥스러운 감이 있다. 창조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창조나 예술이라 하면 우리 자신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조금 더 쉽게 생각해본다면 '생산적인 활동'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활동 속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면 바로 창조성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수전은 자신의 즐거움이 바로 스케이트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계속해서 해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세계적인 챔피언이 되려는 노력이 아니었지만 수전은 즐길 수 있었다.
알고 보면 나와 내 주변도 끊임없이 창조성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하다못해 손톱이 자라는 것과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것조차 '빅 매직'의 일환이다. 즉 인간이라면 창조하고, 재생하고, 활동하는 일은 숙명과 같다. 만일 이 인간 본연의 창조성을 자신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활기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기분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왜 내가 '이러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그저 뭔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이 자체로서, 활동 그 자체로서 보상이고 기쁨이고 생명의 활동이다.
당신은 여전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기 위해서,
분별 있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
만일 내가 활발하게 창작에 전념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아마도 활발히 뭔가를 파괴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나, 인간관계나, 내적인 평화 같은 것들을.
-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