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 Apr 05. 2021

인간의 숙명, 창조성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감상기

 유튜버 이연님의 언급으로 알게 된 책,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을 읽었다. 우리 삶에서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창조성, 우리 자신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멋진 창조력에 대한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작가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라는 유명한 책과 영화의 원작자였다. '빅 매직'은 창조성을 위한 자기 계발서와 같다. 다만 흔한 여타 자기 계발서들과는 다르게, 작가 자신만의 사적이고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고 특별한 기운을 풍긴다. 그렇다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현실에 기반한 내용으로, 평소에 창조하는 삶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한다.


 내용면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 여기 수전이라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챔피언을 거머쥘만한 재능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선수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수전은 15년간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 수전은 꽤나 무기력한 삶을 지속했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로 한다. 

 '내가 창조적인 기분(홀가분하고 환희에 찬 느낌)을 느낀 게 언제였지?' 

 수전은 그런 기억이 거의 몇십 년은 된 것처럼 느껴졌다.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두었던 십 대 이후부터는 창조적 활기와 아예 동떨어져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수전은 결심한다. 다시 스케이트를 타기로. 링크장에는 선수를 꿈꾸는 어린 꼬마들 뿐이었기에 다소 부끄러웠지만, 그는 계속해서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다. 일주일에 세 번씩, 출근 전 아침에 꼬박꼬박 스케이트 링크장으로 향했다.



수전은 이 지구 상에 발 붙이고 있는 한, 기꺼이 그 초월의 상태에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게 전부다.
바로 이것이 내가 창조적인 삶이라 부르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中





 창조성에 관해서 말하자면 조금 쑥스러운 감이 있다. 창조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창조나 예술이라 하면 우리 자신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조금 더 쉽게 생각해본다면 '생산적인 활동'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활동 속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면 바로 창조성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수전은 자신의 즐거움이 바로 스케이트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계속해서 해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세계적인 챔피언이 되려는 노력이 아니었지만 수전은 즐길 수 있었다.


 알고 보면 나와 내 주변도 끊임없이 창조성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하다못해 손톱이 자라는 것과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것조차 '빅 매직'의 일환이다. 즉 인간이라면 창조하고, 재생하고, 활동하는 일은 숙명과 같다. 만일 이 인간 본연의 창조성을 자신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활기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기분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왜 내가 '이러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그저 뭔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이 자체로서, 활동 그 자체로서 보상이고 기쁨이고 생명의 활동이다. 


당신은 여전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기 위해서,
분별 있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만일 내가 활발하게 창작에 전념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아마도 활발히 뭔가를 파괴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나, 인간관계나, 내적인 평화 같은 것들을.

- 같은 책



작가의 이전글 그리운 별다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