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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pr 08. 2021

악플러의 본질

2편 - 부정적 관점의 확장

※ 해당 글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수록된 '글감 노트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을 참고한 글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주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골라서 아주 사랑하는 것처럼 글을 써 보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처럼 생각을 확장시켜야 한다. 다음에는 같은 것을 두고 싫어하는 시각으로 글을 적어보라. 이어서 끝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글을 써 보라.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中


#1 악플에 대한 관점 (긍정 편)

#2 악플러의 본질 (부정 편)

#3 의견의 하나로서의 악플 (중립 편)






 내가 직접 경험해본 악플의 세계는 말 그대로 마치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경험이었다. 손이 차가워지고 몸이 굳고, 온몸이 달달 떨리는 기분.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나는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에서는 '탈코르셋'이라는 페미니즘 운동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모든 새로운 사회운동이 그렇듯이, 탈코르셋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도 '여자들이 화장을 안 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다'는 데에 있어서 화가 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친구 계정에 나의 사진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한 익명의 사람이 사진을 퍼가서 악질 사이트에 게재를 한 적이 있다. 나의 얼굴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멋대로 캡처해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익명 사이트에서 곧바로 화제가 되었다.


 내 얼굴이 올라온 게시글에 달린 시답잖은 악플들을 보고 처음에는 매우 화가 났다. 당황한 나머지 손이 떨리기도 했고 하루 종일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만일 지금의 나였다면 잠깐 인터넷을 멀리하고 일상을 열심히 살았겠지만, 당시에는 노하우도 경험도 없었기에 그대로 대응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바로 악플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접수 후 거의 6개월이 지난 후, 한 두 명은 전화통화로 사과를 했다. 통화를 하는 그 잠깐 동안에 나는 악플러들의 어리석고 애처로운 수준을 면대면으로 마주했다. 사과와 용서의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후 몇몇은 구약식으로 벌금을 물었다.



 인터넷 세계는 사실 정말 명백하다. 익명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모든 곳의 아이피로 추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전에서 못할 말들을 내뱉는 악플러들이 있다. 공적으로 개방된 연예인들에게는 악플에 대응하는 일이 더 흔하다. 연예인들 중 다수가 악플들에 상처를 받은 나머지 자신의 소중한 생을 끝내기도 한다. 정말 건강하지 못한 악플의 폐해다. 


 악플러 자신의 정신과 마음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욕보거나 피해를 주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성적으로 조롱하고, 인간성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건들며 더러운 말들을 뱉어내는 것이 그들에게는 과연 기쁨이고 쾌락일까? 그러지 않아도 할 일이 많은 넓디넓은 이 세상에서 말이다. 


 단지 악플러들은 자신이 익명성 뒤에 숨어 말한다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낄 뿐이다. 훨씬 더 본질적으로는, 본인과 인생에 있어서 아직 풀지 못한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비난의 글을 쉽게 풀어내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그들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쩌면 문제는 악플 다는 행동 그 자체에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현실의 삶을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몰입하지 못한다는 데에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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