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6. 존중하며 버티기 정신
'존버'란 '존중하며 버티기'라는 의미이다. 라고 말해두자 이르게 선포하자면 일단 나는 존버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다. 이렇게 나를 섣불리 규정하고싶지는 않지만, 살아온 삶을 되돌아 봤을 때 시작을 나만큼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끝을 나만큼 대충 하는 사람도 없을테다. 시작에의 의지와 끝에의 의지 균형이 좀 안 맞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요즘에는 그것을 조금 더 발전적으로 단련하고자 어떤 활동이든 조금씩, 꾸준히 하는 연습을 하고있다.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 때 운동을 마친다던가, 하루에 프랑스어 퀴즈를 한 개씩만 푼다던가, 그런식으로 에너지를 아껴둔다. 이렇게 나만의 균형을 만든 것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 하루에 일정량을 정해놓고 그만큼은 채우되,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선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 것. 마치 퇴근 후 1시간 운동하고 다음 날 앓아누워서 안 하기보다는, 이틀에 나누어 30분씩 하는 것을 선택하는 쪽이다. 다만 평생을 1시간 미친듯이 하며 살아왔거늘... 조금씩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는 요즘 '존버'하고싶은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다. 이를테면 아침 5시에 일어나기, 모닝페이지 쓰기, 브런치에 매일 글쓰기, 확언 시나리오 작성, 영단어 외우기, 저녁 감사일기 등이다. 단순하고 조금씩 분배된 일이라 꾸준히하기에 어렵지 않은 느낌이다. 사실 오늘의 글은 나의 '존버'를 약속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올해 특히나 나의 삶에서 많은 것들이 밀물에 쓸려 나갔고, 다시 썰물로 채워졌다. 삶이라는 바다에 닥쳐온 파도를 수십번 타고 넘어졌다. 이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돛대를 들어야할지 조금씩 감이 잡히는 느낌이다. 그 중심에는 오직 마음가짐 뿐이었다. 상황에 있어서 좋고 나쁨은 없다는 것, 모든 사건이 중립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결국 세상에는 무엇이든지간에 판단하고 해석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삶은 꽃밭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쟁터도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좋고 나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만이 존재한다. 많은 부분 개인의 마음 수양에 달린 문제다.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세상의 일에 스스로를 놓아두지 않기를 바란다.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면서 '존버'할 힘을 얻어야 하니 말이다. 어떤 것을 판단하거나 비교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이 한 가지 기준을 두고 보더라도 삶은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리는 오늘 내일 하는 건 아니니까. 최소 100살까지는 살아볼테니까. 내 삶이 어떻게 흘러나갈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는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기 이 곳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