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7. 필요한 것은 인내심 한 스푼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과 촉진'의 필요조건을 자신의 저서에 서술해놓았다. 그중 내게 눈에 들어온 대목은 인간의 새로운 선택이 도피에 가까운지, 실재적 가능성의 선취에 가까운지에 대해 묻는 부분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설명한다.
참을 수 없는 조건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실재적 가능성을 선취한다는 의미에서의 상상력 개발
사람들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두려워서 선택하거나, 사랑으로 선택하거나. 두려워서 선택한다는 것이 뭘까?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두려움에 입각한 선택은 주로 몸에 잘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직감은 생각보다 훨씬 믿을만하다. 물론 처음에는 환멸이 나서 선택한 일들이 당신의 뜻대로 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머지않아 그 선택은 불편함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잘못된 방향성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신이 불만스러운 일에 '집중'한 선택이 아닌가! 반면에 사랑에 의한 선택은 곧 순수한 끌림에 맞닿아있다. 스스로 꿈꾸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고, 그 속의 당신이 행복하고 풍요로울 때 사랑으로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비슷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날이 갈수록 상상력을 키우기 어려워진다. 최대한 현상유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니 딱히 일터엔 배움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렇다고 곧바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퇴사를 할 배짱도 없을 것이다.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진퇴양난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당신은 두려움을 느낀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두려움에 당신은 헬스클럽을 6개월 끊는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기꺼이 바치며 헬스장을 '선택'한다.
혹시 비슷한 일들을 겪는 이들이 있다면, 마음을 조금 놓으라고 전해주고 싶다. 순수하게 흥미를 이끄는 것들을 찾기까지 기다려보기를 권한다. 기간을 정해두면 더 좋다. 가령 스스로에게 2주 정도의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현재 당신이 무엇을 가졌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그래도 당신의 일상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먼저 감사함을 느껴보자. 그리고 약간의 새로움을 더해보자.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책을 한 번 둘러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주말에는 새로운 요리를 해 먹어 보면 어떨까?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는 것만으로 세상은 다소 차분해진다. 즉, 상황에 초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당신을 가슴 뛰게 할 새로운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에 기반한 선택은 에너지를 뽑아먹는 흡혈귀와 같다. 현재 상황을 단순히 도피하기 위해서 한 선택이 당신에게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럴 때는 선택을 조금 미루고, 삶과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의 삶은 불쾌한 것들을 떼어낼수록 그 빛을 발한다. 당신을 불쾌하게 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소할 방안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다리자. 기회는 당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오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