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3. 두려운 상황을 더 기억해내라고?
무대만 오르면 땀을 엄청나게 흘리는 한 직장인이 있다. 그는 회사에서 발표를 할 때마다 긴장으로 인해 땀만 흥건히 흘리다가 무대를 내려오게 된다는 고민이 있었다. 조명으로 비춘 무대,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밤을 새우며 준비한 발표자료, 이 모든 것이 그에게 땀과 극도의 긴장을 유발했다. 무대에 서기만 하면 땀은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발표를 잘 해내기는 물론 어려운 일이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어린 시절 큰 개에 물린 적이 있어서 개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개가 짖으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고, 길거리에서 개가 보이면 그를 피해 먼 길을 둘러 걸어간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습관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는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만일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 습관을 숨기고 묻어두기만 한다면, 그것은 알아차린 것도 아니고 해결을 위한 의지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 두 사람은 자신을 괴롭히는 이 습관들을 인지했으며 해결의 의지도 가진 상태로 한 습관 해결 전문가를 찾아간다. 전문가는 놀랍게도 방법의 하나로써 두려운 상황들을 두 사람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는 무대에서 땀을 흘리는 게 고민이던 의뢰인에게 자신이 눈을 감고 발표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의뢰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땀을 더 흘리려고 노력해보세요."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땀을 멈추기 위해 찾아온 의뢰인에게 어떻게 '더 흘리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었을까?
사실 이것은 의뢰자가 우려하는 상황에 대한 상상만으로 조건(땀을 흘리는 행동)이 발현되게 함으로써, 그 습관이 사실은 실제 상황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대신에 피하려고만 했던 두려운 상황에 더욱 깊이 관여하고 조건을 더 발현시킴으로써 오히려 그 행동 습관을 멈추게 했다. 전문가의 한 마디 조언이 비교적 쉽게 의뢰자의 땀을 멈추게 했다. '더 긴장을 하자', '더 땀을 흘리자' 등의 과장된 생각은 현실 속 의뢰인의 상태와 동떨어져 있었기에 행동을 바로 멈출 수 있었던 것이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눈을 감고 끊임없이 개와 가까이 있는 상상을 하게 했다. 의뢰자는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개를 쳐다보았고, 만져보았다. 그리고 결국 현실에서도 똑같이 개를 쳐다보고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오래전에 책에서 본 하나의 조건 실험이다. 이 실험을 오늘 서문에 써놓은 이유가 있다. 나 또한 최근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상황을 일부러 상기시키는 기법을 써보았기 때문이다. 왜 시작했냐고 묻자면 그저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명상을 하려고 앉아 있다 보니 최근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금씩 더 오래된 기억으로 흘러갔다. 10년이 더 된 기억이지만 떠올려보니 어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는 상황들도 있었다. 그렇게 초등학생 때의 기억에서부터 연대기 순으로 상처가 되었던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이제부터 나는 이 명상을 '직면 명상'이라고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