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는 일상을 위하여

ep 3. 해내지 못함을 거쳐 해내는 일상으로

by 이진

올해 학교를 가지 않게 되면서 텅 빈 시간에 나는 꽤나 방황을 했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니게 된 나는 극한의 시간적 자유 속에서 매일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하루의 일과는 주로 유튜브 보기였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보기. 구독하는 채널에서 모두 봤던 영상을 또 보고 또 보기를 며칠. 당시에는 인스타그램도 했었기 때문에 눈만 뜨면 그냥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기반 없는 일상은 나를 점점 무기력하게 했다. 온갖 가짜에 끌려다녔다. 진짜 나는 여기에 있는데, 나의 몸을 제외한 모든 생각이나 정신은 모두 온라인 세계를 떠돌았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에는 진저리가 나서 잠자기 전에는 심지어 끄고 자기도 한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나 사이 관계의 한계를 인식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두어 달의 노력으로 나는 지금은 인스타그램도 거의 하지 않고 유튜브는 밥 먹을 때만 보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해지기도 한다.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여기느라 당시에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깨달은 큰 교훈은, 일이든 공부든 무언가 해내는 일상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나의 시간을 그저 내일을 기다리는 용도로만 쓰게 되니까 말이다. 언제나 현재에 살아야 한다.


저번 글에서는 내가 올해 시도했던 것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읊어보았다. 본문에서는 내가 부서진 일상을 다시 재정비하기 위해 했던 일들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모닝 페이지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글을 세 페이지 쓰는 것이다. 2년 전 휴학을 했을 때 즐겨하던 습관인데 학교를 다니고 바쁘게 되면서 점점 하지 않게 된 활동이다. 내가 이것을 다시 시작할 때쯤엔 나의 일상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할 때였다. 하루를 대충 보내고서는 밤에 특히 생각이 많아지는 때가 자주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낙서를 하려고 침대 맡에 놔둔 공책이 있었다. 그 공책에 종종 글도 끄적거렸고, 그림도 그려보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리며 하루를 억지로 마무리했었다. 어느 날엔 잠에서 깨어났는데 대체 오늘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침대 옆에 두었던 그 공책 위에 흐물흐물 글을 썼다. 한 페이지만 썼다. 그것이 나의 올해 첫 모닝 페이지였다.

나는 이제 마음에 드는 공책에, 매일 아침, 세 페이지씩 글을 쓴다. 공책은 언제나 넘어가는 페이지가 있다. 그 공책을 다 쓰면 옆에 두고 다른 공책으로 넘어가야 한다.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나도 이제 새 페이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2. 저녁 산책

올해 매일 집에만 있는 때가 많다 보니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30분 거리의 대학교 운동장에서 매일 저녁 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급작스레 시작한 달리기는 무릎과 발바닥 통증을 야기했다. 일주일 달리고 나서 탈 난 발이 정상적으로 낫는데만 거의 두 달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걷기로 했다. 걷기는 달랐다. 몸이 편안했고 생각도 정리되었고 숨을 의식적으로 쉴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커다란 대학교 운동장에서 뛰고 걸었다. 이후에는 집과 가까운 곳으로 운동장소를 바꾸었다. 상당 시간 걸어야 도착했던 큰 운동장은, 10분 거리의 집 근처 공원이 되었고, 요즘에는 집에서 나오면 바로 걸을 수 있는 아파트 주변을 둘러 걷는다. 매일 저녁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가볍게 30분에서 1시간을 걸으면 하루의 모든 걱정이나 염려가 나의 몸 밖으로 흐른다. 사랑과 평온함을 느끼면 그대로 똑같이 흐른다. 나는 매일 저녁 걸으면서 숨을 쉰다. 그러면 몸이 아주 기뻐하는 것이 느껴진다. 활기가 돋고 차분해진다.


오늘은 나의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활동에 대해 한 번 써보았다. 현재 혹시 무기력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일상을 바꾸어보고자 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두 가지를 꼭 추천드린다. 이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주는지 알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는 부차적으로 내게 도움을 준 감사일기, 확언 시나리오 쓰기, 일상 만들기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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