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2. 3년 후 나의 하루 묘사하기
새벽 4시 반이다. 오늘은 휴가날이지만 습관대로 정시에 깨어났다. 리모컨으로 오른쪽 창에 달린 커튼을 연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캄캄하고 고요하다. 물도 잔잔히 흐르고 있다. 실내화를 신고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를 하고 고품질의 수건으로 얼굴 물기를 닦으며 욕조 옆 커다란 창문을 바라본다. 수상도로 위 몇몇 차가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빌딩에는 군데군데 불이 켜져 있다. 침실에 들어와서 크림을 바르고 작업실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작업실에는 전 날의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아있다. 은은한 조명을 켜고 창문을 약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명상 스폿에 다가가서 정리를 한다. 이곳은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 꼭 오는 장소이다. 초를 켜고 방석 위에 앉아 가부좌를 튼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자세를 맞추다가 눈을 천천히 감는다. 감은 눈의 꼬리는 길게 뻗고 미간에 집중한다. 명상에 집중을 할수록 생각들은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몸과 마음은 느슨해지고 평온해진다. 내면의 풍성함을 느낀다. 20분가량이 흐르고 눈을 뜬다. 방 조명을 켜고 작업실 책상에 앉는다.
모닝 페이지를 세 장 가량 쓴다. 아침 일기는 3년째 쓰고 있다. 그간 원하던 모든 것들을 이루었다. 바다 근처의 집을 사서 지내고, 나에게 기동성을 주는 차도 운 좋게 구매해서 일상의 질을 높였다. 나의 집은 비건 지향인들이 많은 동네에 위치해있다. 직장동료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채식주의자거나 비건이다. 환경에 대한 의식과 건강에 대한 책임이 대단한 사람들이라 나도 덩달아 좋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 동네 환경이다 보니 식당과 마트도 매우 잘 형성되어있다. 일터와도 별로 멀지 않은 주거지라서 나는 동네에 매우 만족하며 지낸다. 최근에는 소모임을 들어서 악기를 다루고 음악 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아침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들도 있다. 이렇게 꿈에 그리던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정말 감사한 나날들이다. 모닝 페이지를 다 쓴 후 차를 마시면서 독서를 한다. 아침에 읽는 책은 원서다. 이제는 영어 책을 단번에 이해하는데 익숙해졌다. 전반적인 영어 실력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새벽 6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 공원에 조깅을 하러 나간다. 날씨는 약간 춥지만 공기는 어느 때보다 깨끗하다. 해가 점점 떠서 하늘이 밝아지고 있다. 공원을 가는 길에는 나처럼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헤드폰에는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을 틀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걷는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푼다. 공원 잔디가 저 멀리서 보이고 몇 걸음을 더 걸으니 공원에 도착했다. 6시가 넘어 해는 이미 얕게 떠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나도 물가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한다. 30분가량을 달리다가 곧 집에 돌아가려고 방향을 틀었다. 마침 아침 운동을 하며 자주 보는 친구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친구도 반갑게 활짝 웃으며 응답한다. 그러자 친구가 오늘 저녁 비건 친구들끼리 파티를 한다며 나를 초대한다. 오늘 휴무라 마침 시간이 괜찮다는 대답을 한다. 상기된 표정을 감출리 없다. 친구와 처음으로 번호를 주고받고, 오늘 저녁 파티를 기약하며 헤어진다. 와인을 한 병 챙겨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샤워를 하고 전날 미리 사놓은 비건 와플과 시리얼, 사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는다. 와플은 겉이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니 잘 구워졌다. 새로운 브랜드를 사보았더니 맛도 퀄리티가 높다. 충분한 탄수화물로 상기된 몸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 조금 쉰다. 기타를 치다가 피아노도 조금 연습한다. 그 사이 오전 9시가 되었다. 오전 중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미리 나가서 와이너리를 들르는 플랜도 미리 적어둔다. 아침부터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겨난다. 오늘도 신나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