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표현법

ep 77. BENEE와 Angèle의 음악

by 이진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며칠 전 BENEE의 음반을 들었다. 베니의 이전 앨범 수록곡인 Supalonely, Glitter, Evil spider, Soaked 등(사실상 그의 모든 곡이 좋다) 특유의 유니크함이 배어 있는 베니의 음악은 그 자신처럼 매우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답게 영어 발음에서도 왠지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베니는 무려 2000년생으로 올해 21살이 되는 Z세대의 대표 가수이다. 뻔하지 않은 주제와 표현법이 그 이유다. 작년 11월에 발매된 베니의 가장 최신 앨범 'Hey u, x'의 수록곡 중 7번 트랙인 'Kool'은 나에게 이번 앨범의 최애 곡이다. 도입부부터 바로 방방 뛰어놀고 싶어 지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하지만 그 가사를 조금 더 곰곰이 듣다 보면 왠지 의아한 점이 있다.



* BENEE - KOOL (Official Music Video)

 - https://youtu.be/UTpYD0yf81o


F**k, I wish I could be like you (I really do)

내가 너였으면 좋겠어 (진짜로)


F**k, I wish I could be cool like you (Cool like you)

내가 너처럼 멋졌으면 좋겠어 (너처럼)


I say stupid stuff (Yeah, yeah)

나는 멍청한 말을 하고


And embarrass myself ('Cause I'm dumb)

날 부끄러워해 (난 바보니까)


I'm not really cool (Yeah)

난 정말 멋지지 않아


 이토록 자기 비하적인 가사가 곡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땐 '노래는 미치게 좋은데... 음... 뭐지?' 하면서 구글링 해본 전체 가사는 신나는 멜로디의 분위기와 굉장히 대조되어있다. 그런 대조점이 나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뜻 들으면 누구보다도 쿨하고 신나는 구성이지만, 가사만 떼고 보면 어두운 영국 하드록에나 나올 법하다. 이 두 대조점의 시너지 덕분이었을까? Kool은 그다지 우울한 데 없이 유쾌한 곡이 된다.




 베니의 가사를 보다 보면, 동시에 Angèle(앙젤)이 함께 떠오른다. 앙젤은 95년생의 벨기에 가수로 베니와 같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주 핫하게 떠오르는 가수이다. 앙젤이야말로 시대를 선두 하는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 고발적 가사, 솔직한 목소리 톤, 너도나도 영어 노래를 내는 시국에 프랑스어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앙젤의 특징이다. 앙젤 음악의 특징과 매력을 단번에 볼 수 있는 곡은 아마도 Balance ton quoi 일 것이다.



* Angèle - Balance Ton Quoi [CLIP OFFICIEL]

 - https://youtu.be/Hi7Rx3 En7-k


Ils parlent tous comme des animaux

다들 짐승처럼 말을 함부로 해


De toutes les chattes ça parle mal

여자에 대해서 정말 나쁘게 말하지


2018 j'sais pas c'qui t'faut

때가 2018년인데 대체 뭘 원하는 건지


Mais je suis plus qu'un animal

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ㅅㄲ야)



 뮤직비디오의 스토리텔링도 굉장히 신선한 느낌의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다. 앨범이 발매된 2018년 당시 프랑스에서 미투 운동이 성행할 때 성차별주의자들과 성범죄자들을 비꼬는 곡으로 발매된 곡이다. 사회에서 무겁게 다뤄질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보란 듯이 유쾌한 예술로 만들어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외에 인스타그램을 좇는 문화같이, 최근 이슈가 되는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수면 위로 끌어오는 음악을 만든다.


 그의 곡 중 Victime des réseaux에서는 앞서 본 베니의 Kool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노래 제목부터 '네트워크의 피해자'이다. 가사는 이와 같다. "I wish I'd be like you 난 네가 되고 싶고 / You wish you'd be like me 너는 내가 되고 싶겠지 / Qui sort heureux d'ici? 여기에서 누가 행복할까?" 즉 누구도 자기 자신이 되기보다 남들이 되기를 바라며 산다는 의미에서, '네가 되고 싶어'라고 부르짖는 베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Z세대의 표현법은 어딘가 확실한 구석이 있다. 어떤 의견이던간에 '내가 내 이야기를 해!'라고 공연히 나타낸다는 점에서 밀레니얼과는 다소 결이 다른 직설이 눈에 띈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Z세대의 한 명으로서 언어나 문화의 국경 없이 그들의 음악을 듣고, 둘의 만남과 대화를 떠올린다는 것부터가 재미있는 지점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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