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나는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단순히 체육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체육을 할 수 있다고? 정말 좋은 직업이다" 하면서
그러다가 해리포터를 보고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옆자리 친구가 장래희망에 대통령을 쓴 걸 보고 그럼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면서 대통령을. 어느 날은 발명가에 꽂혀서 정상적인 라디오를 분해하지 않나, 실험을 한답시고 밖에 나가서 풀들을 짓이기기도 했다. 무중력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우주비행사를. 밀가루 반죽의 촉감이 너무 좋아서 요리사를. 정리정돈과 군복을 좋아해서 군인을. 책이 좋아서 도서관 사서를.
그날의 기분과 그날 내가 뭘 보고 들었는지에 따라 나의 장래희망을 결정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는 점점 불안해져 갔다.
"평범하게 살면 안 되는데... 평범한 건 죽어도 싫어"
평범하게 사는 건 정말 싫었다. 그렇게 살 바에는 죽어버리겠어 하면서.
나는 내가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인양 생각했던 거다. 그리고 대단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나를 짓눌렀다.
20살이 되고 지금 25살의 막바지를 보내는 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천천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평범한 삶에 대한 불안함 대신 평범하게도 살지 못할까 봐라는 두려움이 가득 차 버렸다.
남들처럼 출근하고 월급 받고 세금 내고 가끔 여행도 가고. 그런 삶을 살지 못하게 될까 봐.
정말 아등바등 살아야,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비로소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걸 나는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