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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서 Aug 29. 2021

훈육과 폭력사이 2편

내가 집에서 맞고 다닌다는 게 소문이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과외를 부모님과 상의 없이 끊었다는 이유로 무릎이 꿇린 채 단소로 허벅지를 맞았다.


과외 선생님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내게 영어를 가르쳐주셨던 분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담당하던 학생 한 명이 외고에 진학하자 그 친구 수업 준비를 하느라 내 수업 준비를 소홀하게 해 오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선생님에게 대놓고 몇 차례 불편한 기색을 보여도 개선되지 않았다. 내딴에는 영어는 혼자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괜히 솔직하게 부모님한테 말해서 선생님과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한테만 ‘이제 과외 그만해도 될 것 같아.’라고 흘리듯 이야기하고 과외를 정리했다. 이에 아빠는 내가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고 결정했다면서내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해 화가 나 매를 들었다. 계속되는 매질에도 내가 입을 열지 않자 폭행은 얼굴까지 번졌고 내 눈가에는 멍이 들었다.


신음만 내뱉으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엄마는 노려봤다. 도대체 뭐가 그들을 그렇게 분노하게 한 건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공부를 안 하려고 농땡이 피우는 학생이었으면 모를까 나는 치러진 대부분 시험에서 1등급을 맞았고 못하면 2등급이었지 그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매질을 멈추기 위해 잘못했다고 빌기에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길 바랬다.


다음날 퉁퉁 부은 허벅지는 교복 치마로 가리고 멍이 든 눈은 밴드로 가린 채 학교에 갔다. 담임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아빠한테 맞았다’ 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근데 정말 ‘오늘 아침은 시리얼을 먹었어요’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이에 기겁한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로 나를 데리고 올라가더니 내 몸에 멍자국들은 하나하나 살펴보셨다. 그리고는 내게 부모님 번호를 적으라고 한 뒤 교실로 내려가서 수업을 들으라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화를 내셨다고 한다.


‘아버님이 지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몰라도 누구보다 착실하고 착한 아이라고 이렇게 대하지 마시라.’고 한 후에 엄마한테는 ‘왜 말리지 않으셨냐.’고 질책하셨다고 한다. 그때 엄마는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누군가 내 편을 들어줬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했지만 내가 맞고 산다는 걸 온 선생님들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선생님들이 나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서 치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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