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해 연대기
죽으려고 한 것도, 관심 끌려는 것도 아니야
손톱을 물어뜯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나의 짤막한 손톱. 남들한테는 손톱이 길면 관리하기 힘들어서 짧게 자른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오랜 나의 습관을 아직까지도 고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사실 난 손톱을 물어뜯는 게 자해 인지도 몰랐다. 처음 정신과에 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 내 손톱을 만지며 “이렇게 된 지 오래됐나요?’” “이것도 한번 고쳐보죠 우리”하고 말할 때 ‘아 이것도 자해구나’라는 인식을 처음 해 봤다.’
아무튼 짧은 손톱이지만 가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누가 “너 손톱 되게 짧다”거나 “안 아파?” 물으면 ‘응 하나도 안 아파. 난 짧은 게 좋아’하고 말았다. 친구들이 네일숍을 가자고 하면 친구 코앞까지 손가락을 들이밀면서 ‘난 네일 받을 손톱이 없어’하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네일을 받고 싶은 마음에 꾹 참고 일반적인 손톱 길이에 당도했을 때 난생처음 네일샵을 갔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이 마음에 들었으나 얼마 안 가 나는 하루 종일 손톱을 못살게 굴더니 기어코 10개의 손톱을 다 부러트렸다. 그 뒤로는 다시 기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고 나는 사람들이 ‘자해’라고 인식할만한 것들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죽고 싶은 마음에 한 건 아니었다. 다만 분노와 슬픔에 몸서리가 날 정도면 나는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기 위해 몸에 특히 손목에 상처를 냈다. 피가 송골송골 맺히고 따갑다는 생각이 들면 한순간에 나는 평온해졌다.
주먹으로 팔을 수차례 내리쳤다. 충격에 팔은 곧 붉어지고 얼얼해져 갔지만 나는 다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처의 크기가 갈수록 커지고 깊어지고 흉이 지기 시작하자 남들 시선이 두려워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흔히 사람들이 한다는 산책이나 음악 듣기는 격앙된 나의 마음을 한 순간에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나는 약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온갖 감기약을 한 입에 털었다. 집안에 수면제를 찾아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적을 때는 7알 많을 때는 15알. 한 알 한 알 약을 삼키다가 몇 개를 먹었는지도 모르고 중간에 잠들었을 때도 있었다.
약을 먹으면 난 정신을 잃고 곧이어 참을 수 없는 메스꺼움에 변기통을 붙잡고 위액만 토해냈다. 그리고 약의 부작용으로 단기 기억 상실증을 경험했다.
나는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을 그만두는 대신 내 몸 안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 가학적인 파괴는 20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은 수면제를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온다. 불면증에 괴로워하는 내가 수면제를 찾지 못하는 이유다.
난 죽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고작 이런 행동으로 내가 죽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냥 그 울렁거리는, 격앙된, 주체 못 하는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눈을 뜨지 못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머금고.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는 왜 그럴까요’
물끄러미 날 바라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지서 씨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너무 착해서 남에게 향해야 할 감정을 자신에게 풀어서 그런 거예요”
아 나는 왜 스스로를 그렇게 미워했을까.
가여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