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
언제나 그랬지만, 새로운 친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매혹적이지만 두렵다는 것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분홍색 그녀에게는 ‘나도 너의 세계가 무척 기대 돼. 근데, 잠깐만, 잠깐만, 나 준비 운동 좀 하고 들어갈게. (소심한 동작으로) 핫 둘! 핫 둘!’과 같은 수줍은 태도가 있어요. 기질적으로 뜸 들이는 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사람인거죠. 누군가에게는 그 모습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다행인 건 열 명 중 아홉 명은 사랑스러워 해요.
실제로 몇몇 남자 배우가 자신의 이상형을 '수줍어하는 여자'로 밝혔죠? 수줍어하는 여자가 이상형씩이나 된다는 건 무슨 심리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수줍어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매사에 수동적인 사람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안개 같은 수줍음을 헤치고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흐뭇해지는 것 같아요. 수줍음을 좀 타본 분홍색 그녀라면, 영문도 모른 채 처음부터 과분한 사랑을 주는 상대를 만나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더군다나 그렇게 퍼주듯 시작된 사랑은 마르는 일도 잘 없어요. 이렇듯 사랑이 고픈 줄 모르고 살아온 사람, 때문에 두 눈 가득 진실함을 담은 사람, 분홍색 분위기 미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