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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입니다 Mar 31. 2024

분홍색 미인의 첫인상

수줍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분홍색 그녀에게 언제나 스트레스입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취직 혹은 이직을 하게 되면, 어떤 모임에 참석해야 하면, 낯설고 불편한 느낌 때문에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해요. 다행히 거기에 마음 잘 맞고 다정한 누군가가 있다 해도, 분홍색 그녀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정현종 시인의 시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며, 그것은 그의 일생이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언제나 그랬지만, 새로운 친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매혹적이지만 두렵다는 것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분홍색 그녀에게는 ‘나도 너의 세계가 무척 기대 돼. 근데, 잠깐만, 잠깐만, 나 준비 운동 좀 하고 들어갈게. (소심한 동작으로) 핫 둘! 핫 둘!’과 같은 수줍은 태도가 있어요. 기질적으로 뜸 들이는 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사람인거죠. 누군가에게는 그 모습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다행인 건 열 명 중 아홉 명은 사랑스러워 해요. 


쿨톤 - 분홍색 분위기미인



  실제로 몇몇 남자 배우가 자신의 이상형을 '수줍어하는 여자'로 밝혔죠? 수줍어하는 여자가 이상형씩이나 된다는 건 무슨 심리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수줍어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매사에 수동적인 사람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안개 같은 수줍음을 헤치고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흐뭇해지는 것 같아요. 수줍음을 좀 타본 분홍색 그녀라면, 영문도 모른 채 처음부터 과분한 사랑을 주는 상대를 만나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더군다나 그렇게 퍼주듯 시작된 사랑은 마르는 일도 잘 없어요. 이렇듯 사랑이 고픈 줄 모르고 살아온 사람, 때문에 두 눈 가득 진실함을 담은 사람, 분홍색 분위기 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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