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미인: 튤립 이야기
분위기미인의 분위기는 겉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여자의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마음으로 읽으세요.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전에 무엇을 느꼈는지를 따라가세요. 그 생각의 결이 분위기의 뿌리입니다.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당신 안에 스며듭니다.
― 봉급을 받으면 봉급 값을 해!
봉투 값을 말씀드리자 봉급 값을 하라고 역정을 내신 그분은 단골 할아버지였다. 소동은 5분간 이어졌다. 그간 내가 이 집 빵을 얼마나 팔아줬는데, 배은망덕하게, 그깟 봉투 값 몇 푼 벌려고 사람대접을 이렇게 하느냐, 이건 절대 사람 도리가 아니다, 어디 내 말이 틀렸냐. 할아버지는 야속한 듯 원망하셨다. 여자가 고개를 조아리고 듣다가 목이 메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그냥 가시라고 했다. 앞치마 주머니를 더듬어 5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그리고 그걸 봉투값 칸에 넣었다.
여자가 미처 몰랐던 사실은 뒤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뿔테 안경을 쓴 남자였다. 할아버지가 카운터를 탕 쳤을 때,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안경을 고쳐 썼다. 다른 손님 한 명이 "어르신, 저희 다 바쁜 사람들입니다" 하고 짜증을 냈을 때도 남자의 시선은 여자에게 가 있었다. 여자의 손끝을, 앞치마 주머니를, 떨리는 입술을 가만히 지켜봤다. 남자의 계산차례에 여자가 "오십 원입니다" 했을 때 "예" 하고 순순히 답했다.
가게를 나와 차에 올라타자마자 조용히 웃음 지었다. 안경다리 끝을 가볍게 눌러 손톱만 한 SD카드를 빼냈다. 노트북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 할아버지가 카운터를 탕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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