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먹고 사는지 좀 물어봐?" "집에 언제 올 건지 전화해봐?"자기가 물어보면 될 것이지 항상 나에게 미룬다.딸들을 대하는 아빠는 마치 좋아하는 상대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운 사람처럼 보인다.
하는 수없이 내가 전화를 해본다.그리 통화가 길지는 않지만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되었다 싶은 나에게 좀 더 길게 통화를 안 한다고 또 핀잔이다.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직접 전화를 해보면 될 일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바쁘게 사는 딸들이 마음이 쓰이지만 중요한 일도 없는데 아빠까지 전화를 하면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는 눈치였다.그저 가족단톡방에 올라오는 딸들의 글자와 사진들, 이모티콘 1개로 되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두어달에 한번 정도 같이 밥을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것으로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너희들을 혼자 짝사랑하는 사람 같아"라고 얘기를 하면"아빠는 엄마를 두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는진담 같은 농담이 돌아온다.
그런데 나는 안다. 그 사랑이 결코 짝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엄마는 같은 여자여서 상대적으로 소통이 더 잦을 뿐이지 딸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더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라는 사실을.
딸들아. 그 마음을 좀 표현하면 어떨까?가족 단톡방 말고 개인 톡이나 전화로 아빠에게 따로 연락도 하고 그러면 어떨까? 아빠가 혼자서 짝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좀 알게 되면 좋겠어. 어릴 때 딸들 모습이 아빠도 그리운 것 같아.
오늘도 아빠는 삼겹살을 구우면서 "애들도 같이 먹으면 좋았을 건데..." 라며 또 딸들 타령이다.그 딸들은 친구들과 한우 1등급 스테이크를 먹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남편의 혼잣말이 이어진다."애들 집이 안 추운가 모르겠네..."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되면 연락을 해 보시라고요. 짝사랑이 아니니 용기(?)를 내 보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