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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Nov 19. 2022

아빠는 짝사랑 중


"뭐 입을까? 이게 그래도 좀 낫지?"


딸들의 아빠는 립해서 각자 살고 있는  만날 채비를 하면서 마치 데이트 약속이라도 는 양, 이 옷을 입었다가 저 옷을 입었다가 수선이었다.


큰딸 집 근처 식당에서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만난 자리였다. 큰딸은 누워있다가 바로 나온 티를 엉켜있는 뒷머리로 말해 주었고, 입은 채로 슬리퍼 차림이었다. 작은딸은 코로나 회복기여서 화장기 없이 볼캡을 눌러쓴 편한 차림이었다. 나름 한껏 모양을 낸 아빠가 머쓱해 보였다.


"아빠는 너희들 오랜만에 본다고 엄청 설레면서 차려입고 나왔는데 딸들, 너무 한 거 아니야?" 괜히 내가 한마디 대신했다.

"아빠 왜 그래? 그러지 마!" 작은딸의 반응이었. "엄마가 좀 말리지 그랬어?" 큰딸이 거들었다.




"요즘 뭐 먹고 사는지 좀 물어봐?" "집에 언제 올 건지 전화해 봐?" 자기가 물어보면 될 것이지 항상 나에게 미룬다. 딸들을 대하는 아빠는 마치 좋아하는 상대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운 사람처럼 보인다.

하는 수없이 내가 전화를 해본다. 그리 통화가 길지는 않지만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되었다 싶은 나에게 좀 더 길게 통화를 안 한다고 또 핀잔이다.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직접 전화를 해보면 될 일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바쁘게 사는 딸들이 마음이 쓰이지만 중요한 일도 없는데 아빠까지 전화를 하면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는 눈치였다. 그저 가족 단톡방에 올라오는 딸들의 글자와 사진들, 이모티콘 1개로 되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두어 달에 한번 정도 같이 밥을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것으로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너희들을 혼자 짝사랑하는 사람 같아"라고 얘기를 하면 "아빠는 엄마를 두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는 진담 같은 농담이 돌아온다.


그런데 나는 안다. 그 사랑이 결코 짝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엄마는 같은 여자여서 상대적으로 소통이 잦을 뿐이지 딸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더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라는 사실을.


딸들아. 그 마음을 좀 표현하면 어떨까? 가족 단톡방 말고 개인 톡이나 전화로 아빠에게 따로 연락도 하고 그러면 어떨까? 아빠가 혼자서 짝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좀 알게 되면 좋겠어. 어릴 때 딸들 모습이 아빠도 그리운 것 같아.


오늘도 아빠는 삼겹살을 구우면서 "애들도 같이 먹으면 좋았을 건데..." 라며 또 딸들 타령이다. 그 딸들은 친구들과 한우 1등급 스테이크를 먹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남편의 혼잣말이 이어진다. "애들 집이 안 추운가 모르겠네..."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되면 연락을 해 보시라고요. 짝사랑이 아니니 용기(?)를 내 보시라고요.



지금은 20대 중반을 넘긴 초등 저학년 때의 두 딸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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