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주는 최고의 생일 선물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남편과 나는 생일이 하루 차이이다. 인상이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생일도 붙어있다 보니 괜히 더 연분인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올해도 11월의 어느 이틀, 우리의 생일날이 되었다.


딸들이 우리를 불러냈다.

인도,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각각 흩어져 살았던 넷이 서울에서 함께 살게 된 이후로 딸들은 하루 차이인 엄마, 아빠 생일 즈음의 한 날을 정해서 근사한 식당에 우리를 앉히곤 했다. 선물도 안겼다.

그런데 올해는 느닷없이 쇼핑몰에 불러내었다. 저녁을 함께 먹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같이 쇼핑을 하자고 했다.


"선물은 필요 없어. 같이 밥 먹고 얼굴 본 걸로 선물이야." 그 말이 진심인데 딸들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피스텔 월세와 생활비와 거기에 저축까지 하고 나면 여유가 있을까 싶어서, 그 코 묻은 자식 돈을 자꾸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중저가 매장에서 장갑 하나씩을 골랐다. 걷기 운동 때 편하게 낄 장갑이 마침 필요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면 딸들이 또 서운하다 할까 봐 자식 마음 챙기는 일이 먼저가 되었다. 괜찮은 브랜드에서 고르라는 딸들의 말을 안 들은 것도 자식 호주머니 생각을 먼저 해서이다.


어느새 머리가 커서 독립을 하고, 같은 서울에서 각자 살고 있는 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자식 얼굴 보는 일이 큰 선물이 되었다. 그 자식이 별 탈없이 '안녕'히 잘 살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었다.


딸들의 독립 이후 처음 맞은 우리의 생일, 어느 해보다 좋은 선물을 받았다. 내년에도, 후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잘 살고 있는 딸들 얼굴만 보여주면 다른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안녕'히 잘 지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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