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원은 찐이다.
어르신들을 대하는 이찬원의 진심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Nov 30. 2022
2022년 11월의 한 날이었다. 지역 축제 사회를 맡았던 어느 아나운서의 SNS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내가 품었던 그 아이에 대한 의문이 말끔하게 해결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디션 출신의 20대 젊은 신인 가수가 있다. 대학생이었다가 갑자기 가수가 된 그는 그 무렵에 첫 전국 투어 단독 콘서트 27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 콘서트로 티켓파워가 증명되면서 '골든티켓 어워즈 남자 가수상'과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첫 미니 앨범으로 '가온차트 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했고, 첫 정규 앨범은 무려 57만 장 가까이 팔려서 당시 역대 남자 솔로 가수 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두 번째 전국투어 콘서트로 2023년 1분기 대중가수 티켓 판매 남자 솔로 2위를 하는 등 신인 가수로서 그의 출발이 대단해 보였다.
재능이 많은 그는 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방면에서도 맹활약 중이었다.
10년이 넘은 '불후의 명곡'에 새롭게 투입되어서 재치 있는 스튜디오 MC로 자리를 잡았고, 신규 프로그램인 '톡파원 25시'에서는 귀여운 MC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고, 요리 대결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는 여러 번 우승을 하면서 편의점에 진열된 그의 얼굴이 붙은 삼각김밥과 컵밥, 햄버거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MC로 발탁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막내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2022년 연말에 KBS 연예대상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예능인으로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때였다.
가수이며, MC인 이찬원의 이야기이다. 제법 잘 나가는 인기 연예인이 된 이찬원의 이야기이다.
방송이나 콘서트뿐만 아니라 이찬원은 지자체의 축제나 행사에도 많이 초대되고 있는데, 보통은 정해진 노래 네댓 곡을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오기 마련이지만 엔딩 무대에 주로 서고 있는 이 어린 가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보인다. 그곳을 찾은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한 곡이라도 더 불러드리고 싶어 한다. 주최 측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반주도 없이 많게는 열 곡 이상을 더 부르기도 한다. 그 무반주 노래는 그의 할머니 세대들이나 알 법한 옛 노래들이다. 지역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시간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찬원은 직업이 가수이다. 노래를 불러서 돈을 번다는 이야기이다. 그 노래 한 곡이 바로 돈이다. 제법 몸값이 높을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더 부르는 그 무반주 십 여 곡은 공짜라는 이야기가 된다.
대개 사람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치와 수입이 되면 안 해도 되는 힘든 일을 굳이 하려고 애쓰지 않게 된다.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다. 현재의 잘난 나만 보여서 폼 나고 편한 길을 선택하게 되고, 허식에 빠지기 십상이다. 갑자기 내 위상이 높아지거나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 당시 이찬원은 겨우 20대 중반을 막 넘긴 나이였다. 갑자기 얻게 된 인기와 경제력에 취해서 겉멋이 들기 쉬운 어리다면 어린 나이였다. 그런데 그는 내가 처음 본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데뷔 4년을 넘기고 있는 이찬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행사나 축제에 초대되기만 하면 '내가 언제 TV에 나오는 잘 나가는 연예인이야!'라는 듯이 여건만 되면 매번 관객들 가까이에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한다.
뙤약볕의 한 여름에도, 갑자기 비가 와도,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비를 다 맞으며 관객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무반주로 노래를 더 부르며 최선을 다한다. 그저 노래가 좋고 한 명의 팬, 한 명의 지역 어르신이라도 더 만나고 싶어 한다.
나는 이찬원의 아줌마 팬이다. 그 아이와 나이가 같은 딸이 있는 엄마이다. 내 딸이 좀 더 편하고 근사한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고, 내 딸이 힘들게 살지 않게 되기를 바라듯이 그 아이도 마찬가지이기를 바란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땀을 흘리고, 비를 맞으며, 때로는 무례한 사람들 틈에 치이면서도 그 아이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저 아이는 왜 저럴까 싶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에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모든 의문이 그 사진 한 장으로 말끔히 해결이 되었다.
효자라고 소문이 난 착한 그 가수는 어른들께 특히 예의 바르고 공손하다. 그날도 이찬원은 반주가 준비된 계약된 노래를 모두 부르고 나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반주 없이 노래를 더 불렀다.
그러던 중에 찍힌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 이찬원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 아래 객석에 앉아있는 어느 할머니 앞을 지나던 이찬원의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 사진에 찍혔는데, 그의 한껏 구부린 허리와 다정한 눈길과 표정에 그의 생각이 보였다.
'아.. 저런 아이였지!. 저런 가수였지!. 저런 청년이었지!'라고 그제야 가수 이찬원, 사람 이찬원, 청년 이찬원의 진심을 다시 보게 되었다.
'위험하고, 힘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저 아이는 굳이 왜?'라는 나의 의문이 모두 해결이 되었다.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과 허리 굽혀 마주한 사랑스러운 이찬원의 얼굴과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말해주었다.
어른답지 못했던 내 얕은 생각을 부끄럽게 했다.
이찬원은 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