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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Mar 04. 2022

동물과 곤충은 어쩔 수 없는 내 이웃.

 인도를 여행한 경험이 있거나 인도에서 잠시라도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그 나라의 각종 곤충들과 다양한 동물들과의 에피소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11년 동안 인도에서 살면서 정말 많은 동물들과 상생하며 살았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까마귀


 정신없이 도착한 낯선 나라, 그곳에서 첫 밤을 지낸 후의 새벽이었다. 머리맡에서 들리는 까악 깍 귀를 찢을 듯한 소리에 잠을 깼다. 눈뜬 방은 가구들이 익숙해서 그곳이 한국인지 어디인지 정신이 혼미했다. 그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정신을 들게 했다. 정체는 침대 머리맡 창가의 마귀들이었다. 태어나서 까마귀는 처음 봤고, 그렇게 우렁찬 새 울음소리도 처음이었다. 악을 쓰고 운다는 표현을 까마귀 소리에서 경험했다. 인도에서의 동물과의 대면은 까마귀였다. 까마귀는 인도 어디에서나 만나는 새였다.



도마뱀


 인도 도착 며칠 후였다. 딸들이 호들갑을 떨며 난리였다. 도마뱀을 봤단다. 너무 귀여웠단다. 그 첫 대면 이후에 도마뱀은 아이들의 반려동물이 되었다. 먹이를 직접 주거나 목욕을 시키거나 하는 손이 가는 동물은 아니었지만 거의 애완동물처럼 예뻐라 하고 좋아했다.

 낮에는 에어컨 뒤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돌아다니곤 했다. 낮에도 가끔 하얀색 페인트칠 벽 위에 장식품처럼 납작하게 붙어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이면 딸들이 사진을 찍고 난리법석이 되었다. 새끼 도마뱀이 어느새 커져있어서 놀랄 때가 여러 번이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본 도마뱀은 딸들에게는 징그러운 동물이 아니라 귀여운 친구였다.

 인도에 사는 내내 도마뱀과 한집에서 쭉 살았다. 거의 애완동물이었다. 짝짓기 시기에 들리는 도마뱀 특유의 소리를 우리는 안다.



유기견


외출을 하는 날이면 항상 보게 되는 동물은 바로 유기견들이었다. 그 나라 가난한 사람들을 닮은 마르고 기운 없이 길바닥에 누워만 있는 떠돌이 개들이 사람들 만큼이나 많았다. 피부병에 걸린 개들 때문에 길을 걷기가 두려웠었다.

 인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 중의 하나가 바로 떠돌이 개들이다. 힘이 없어서 공격성이라고는 없는 개들은 그만큼 많았고 불쌍했다.  많은 개들을 방치하는 인도 정부가 이해가 안 되었다.




인도하면 소를 빼놓을 수없다. 첸나이는 인도 4대 도시이다. 그럼에도 길거리에서 소를 보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차들을 피해 다니며 가로수 아래 풀도 뜯고, 쓰레기 더미도 뒤지고, 채소가게 앞도 서성였다.

짐수레를 끄는 흰소가 있었다. '인도 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뿔이 멋있게 생긴 하얀색 소이다. 그 소들은 힘이 좋아서 주로 짐수레를 끄는 일을 했다. 큰 뿔은 알록달록 색이 칠해져 있고 수레에는 주로 과일들이 많이 실렸다.

하얀 소와 노란 레몬, 긴 막대기를 들고 수레에 앉은 마르고 구부정한 할아버지. 그들은 땡볕 도로 위를 힘들게 가고 있었지만 외국인인 내 눈엔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소가 신이라고 들었는데 어디에도 신처럼 모셔지는 소는 보지 못했다. 길거리에 떠돌며 풀을 찾거나 짐수레를 끌거나 식용으로 길러지는 물소이거나 젖을 짜는 누런 소들만 봤다.



개미


 개미가 너무 많았다. 라면봉지도 뚫는 검은 개미와 옷장 하나를 통째 갉아먹는 흰개미는 인도 이의 골칫거리 중의 하나였다.

 음식을 공격하는 개미들 때문에 입에 들어가는 모든 식품은 냉동고 행이었다.

이웃에 흰개미 출현 소식이 들리면 온 집을 뒤지고 개미구멍을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너무 성가시고 신경 쓰이던 개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같이 사는 존재가 되었다. 피부 공격만 안 하면 다행이라며 살게 되었다. 흰개미만 나오지 마라며 살게 되었다.



모기


 모기가 일 년 내내 극성을 부렸다. 한국에서는 모기가 한 마리만 보여도 난리인데 그 나라는 매일매일 모기와의 전쟁이었다. 아파트 창문마다 방충망을 설치했고, 집에도 차에도 전자 모기채가 늘 비치되어야 했다, 침대마다 텐트형 모기장이 필요했다. 그래도 늘 모기에게 물려서 팔이고 다리고 성할 날이 없었다.

 기모기에게만 안 물리기를 바라면서 살았다. 너무 힘든 뎅기열을 경험했었다. 물 한 모금 목구멍에 넘길 수가 없더니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4킬로나 빠졌었다.

 인도의 모기는 성가신 존재를 넘어서 생명을 위협하는 해충이었다.



비둘기


비둘기는 왜 그렇게 많은지, 한국의 공원에서 보던 그런 비둘기가 아니었다. 아파트 창살 틈에 똥을 어찌나 싸 대는지 감당이 안되었다. 비만 오면 냄새가 나서 견디기 힘든 정도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이사를 하게 만들었다. 그 비둘기들이 창고 창문으로 들어와서는 집을 짓고 알을 낳을 때도 있었다. 쫓아내지도 못하고 그 냄새를 견뎌야 했다. 인도에서 살게 된 이후로 비둘기는 나에게 혐오 동물이 되었다. 비둘기라는 말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염소


 염소라고 하면 흰색이거나 검은색이라고만 알고 있다가 인도에서 누런 염소와 얼룩 염소를 처음 봤다. 누렁소를 닮은 염소가 있었고, 검정 바탕에 하얀색 무늬의 염소들이 있었다.

 소들처럼 도심에 염소들이 마구 돌아다녔다. 쓰레기통도 뒤졌고, 벽보판 종이도 뜯어먹었다. 정치인들 사진들이 염소의 먹이가 되곤 했다.  목동들이 이끄는 도로 위를 가득 메운 검은 염소 떼가 참 인상적이었다. 




 도하면 떠오르던 동물 중의 하나가 뱀이었다. 터번 두른 할아버지가 피리를 불면 항아리에서 코브라 뱀이 나오는 장면이 그것이었다.

 인도에 가보니 그런 모습은 없었다. 시내 외곽지의 마당 있는 주택에 사시던 분이 간혹 코브라가 옆집 닭을 잡아먹어서 동네 인도 남자들이 그 뱀을 잡았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주었다. 비싸게 팔리는 뱀이어서 잡아 달라고 하면 서로 나서서 잡아준다고도 했다. 물탱크에서 코브라를 잡았다고도 했다.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얘기만 들어도 섬뜩했다.



원숭이


 원숭이가 아파트 복도에 자주 나타났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창문 열린 집에서 훔쳐온 과일을 보란 듯이 먹으며 복도를 차지하곤 했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원숭이들이 특히 무서웠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음이 되곤 했다. 정작 그 놈들은 태연하게 자기들 볼일을 다 보고 사라졌다.

 간혹 아파트 야외 수영장에 원숭이 가족들이 단체로 물놀이하는 장면도 목격이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파트 수영장에서의 수영을 끊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본 원숭이들은 거의 도적에 가까웠다. 음료수병을 순식간에 뺏어가서는 사람처럼 뚜껑을 열고 마셨다. 산속 도로변에는 수많은 원숭이들이 차에서 던져주는 과자라도 받으려고 줄지어 서있었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지 볼 수 있는 원숭이가 늘 가까이에 있는 나라였다. 그래도 원숭이는 끝까지 적응이 안 되었다.




 끔찍한 기억의 동물은 바로 쥐이다. 쥐가 거의 강아지만 했다. 동네마다 있는 녹색의 철제 쓰레기통에서 뛰쳐나오는 크고 끔찍한 쥐를 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무서웠던 경험이었다.



바퀴벌레


 바퀴벌레는 또 얼마나 큰지 풍뎅이를 본 줄 알았다.

아무리 소독을 하고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사라지지 않더니 개미가 나타나고 난 이후로 바퀴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개미가 낫다고 위안하며 살았었다. 이후로 내 머리엔 개미가 바퀴벌레를 이긴다고 입력되어있다.



코끼리


 일반적으로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 코끼리를 마지막에 기억하게 될 줄 몰랐다. 도심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은 아니기 때문이고, 유쾌하지 못한 기억 때문인가 싶다.

 주로 힌두교 템플에서 많이 봤다. 인도인들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하고 있는 코끼리들이다. 발목이 쇠사슬로 묶여서 사람들이 지폐를 주면 코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코끼리들이다. 알고 보면 옆에 앉은 사람이 지폐를 받을 때마다 회초리로 때리고 있었다.

 관광지에서 사람들을 태워주는 코끼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인도코끼리를 생각하면 그 무지막지한 회초리 생각만 난다.



 인도라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 중에

인도의 동물들이 포함된다. 대도시에서도 늘 보게 되던 다양한 동물들이 인도의 기억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끄집어내어서 나열해보니 참 많다. 

성가셨던 해충들부터 너무나 많았던 떠돌이 개들과 학대받던 코끼리까지. 

그런 나라였다. 인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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