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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an 16. 2023

예뻐진 내 엄지발톱


발톱을 깎으면서 왼쪽 엄지발톱에 자꾸 시선이 다. 너무 예뻐 보인다. 감탄도 한다.

발톱이 발톱이지 예뻐 보이는 발톱은 또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왼쪽 엄지발톱이 두꺼워지고 색도 짙어졌다. 발톱무좀이란 것이 생겨버렸다. 인도에서 살아서 제대로 치료도 안 받고 방치를 했더니 발톱은 점점 기괴한 모양으로 변형되고 있었다.


인도에서 치료를 받아도 되었지만 생명과 관련된 병도 아니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도 아니고,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병원에 가게 되지가 않았다. 뎅기열로, 바이러스성 고열로 입원까지 해 본 인도 병원의 경험은 도무지 무좀 정도로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가끔 한국에 다니러 와도 치료 기간이 길다는 얘기를 들은 탓에 병원에 가기보다 약국에서 바르는 약만 챙겼었다. 비싼 액체 발톱무좀약을 몇 통을 써봤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점점 더 두꺼워지고 못생겨지는 발톱을 신경 쓰면서 살아야 했다.


귀국을 했고, 코로나  거리 두기가 끝나자마자 피부과부터 찾았다. 한 달 간격으로 일주일 분의 먹는 약 두 번의 처방으로 내 발톱은 깨끗이 나았다.

새 발톱이 자라 나오면서 두꺼워서 못 생겨진 무좀 발톱을 밀어냈다. 6개월 정도가 지나니까 말끔하게 새 발톱으로 채워졌다.

보험도 되고, 알약만 먹으면 되는 싸고 간편한 방법으로 수년 동안 신경 쓰였는 것이 단박에 해결이 되었다.


"예쁘네. 신기하네." 발톱을 깎을 때마다 왼쪽 엄지발톱에게 감탄을 한다.


그 발톱이 다른 아홉 개의 발톱보다 예쁜 것도 아니고, 그 다른 아홉 개의 발톱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들과 다른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생긴 발톱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내 왼쪽 엄지발톱을 볼 때마다 감동을 한다.

 

나만 아는 가치라는 것이 있다. 누가 봐도 별 것 아닌, 너무나 평범한 것에 나 만이 부여하는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물건 일 수도 있고, 자연, 장소, 음식, 음악 등등 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남들보다 예쁜 발톱은 아니지만 수년 동안 신경이 쓰였던 내 왼쪽 엄지발톱이 나에게는 그런 것이 되었다.


발가락이 드러나는 샌들을 못 신은지 수년이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양말을 꼭 챙겨야 했고, 발톱에 네일 아트 한 번을 못 해보고 살았지만 이제는 발톱이 드러나는 샌들도 신고, 맨발로 실내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올해 여름에는 딸들과 네일숍에도 갈 생각이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누구도 보지 않는 내 발톱이지만 나는 당당히 내 발톱을 드러내며 살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예쁘구나! 내 엄지발톱.' 오늘도 나는 발톱을 깎으며 혼자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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